정부 부처들 공황 상태
경제부처 부총리 혼란까지 겹쳐
외교안보도 정보협정 등에 자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한 달째를 맞으면서 정부 부처들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직간접적으로 최씨의 국정농단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부처들의 상처는 점점 깊게 패이고 있다.
문화융성과 체육영재 발굴 등의 명분을 앞세워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 차은택씨 등이 멋대로 주무른 문화체육관광부의 분위기는 참혹 그 자체다. 특히 ‘체육계 대통령’이라 불린 김종 전 2차관이 최씨 일당과 직접적으로 연루돼 구속된데다 가장 큰 업무인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최씨 일당 관련 추문들이 돌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근 고위직 인사 단행과 대한승마협회 감사 착수 등 고육지책을 써봤지만 ‘비선에 휘둘린 부처’라는 집단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부처들은 리더십 부재, 부역 논란 등으로 휘청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사령탑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지만, 기약 없는 인사청문회로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와 ‘어정쩡한 동거’가 지속되면서 누구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처지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당장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누구의 주도로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재부 출신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상목 현 차관이 직간접적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는 소위 ‘부역자’ 논란이 더해지면서 내부 분위기는 최악인 상태다.
외치(外治)와 관련된 외교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는 한중일 정상회담이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을 추진하는 등 외견상 활발한 업무를 펼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부에선 정국이 대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논란이 많은 사안을 초고속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옳은지를 두고 반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 처방’ 의혹과 최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비리ㆍ특혜제공’ 시비에 직격탄을 맞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사회관계부처는 추가적인 불똥이 튀지 않기만을 바라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과가 오는 28일 공개될 예정이어서 교육부는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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