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지도부 즉각 사퇴 촉구
새누리당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가 23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의혹에도 버티기를 고집하는 박 대통령과 당의 ‘친박’ 지도부를 겨냥한 배수진이다. 여당 비박계인 김 전 대표가 야3당에 이어 탄핵에 가세하면서 이르면 내달 2일 박 대통령 탄핵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인생의 마지막 꿈인 대선 출마를 접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또 직전 당 대표로서 지금의 국가적 혼란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출마 포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박 대통령을 도왔고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도 박근혜 캠프의 핵심인 조직총괄본부장을 지냈다.
김 전 대표는 대권 도전의 뜻을 내려놓는 대신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은 헌법을 심대하게 위반했다. 국민도, 새누리당도 배신했다”며 “당내에서 탄핵 발의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를 향해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날을 겨눴다. 이 대표는 당초 못박은 사퇴 예정일(12월 21일)을 언급하며 퇴진을 거부했다.
정치권은 여당에서 이례적으로 탄핵안 발의를 주도하는 김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당내 친박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면 김 전 대표도 끝내 탈당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이미 탈당을 감행한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과 함께 기존의 여도 야권도 아닌 ‘제4지대’에서 새로운 중도 보수 세력을 규합하는 구심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도 “합리적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탈당한다면 (김 전 대표) 혼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은 여당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할 경우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30일 박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 2일 본회의에서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 172명과 여당에서 최소 28명이 찬성하면 박 대통령은 탄핵된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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