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호 대전시 교육감이 국정 역사교과서 수용 여부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여 진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설 교육감은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교육부가 28일 공개할 예정인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역사교사ㆍ전문가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활용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검토본에 대해서는 역사 전문가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분들이 검토해서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면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역사교과서 문제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나는 처음부터 국정교과서는 반대였다”는 말도 했다. 또 “24일 세종에서 열리는 전국 시ㆍ도교육감 협의회 총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다루어지고 공동대응방안도 결정될 것이므로 그 결정을 수용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감 가운데 서울, 경기, 광주 등 진보교육감들이 대체로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수용불가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진보 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 대금 지급을 거부한다거나 아예 내용조차 살펴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어 회의결과를 따른다면 ‘수용불가’입장인 셈이다.
이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내용을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며 수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유보한 것과는 다른 태도다. 교육감들이 “수용반대”를 결정하면 따를 것이고, 전문가들이 내용을 살펴본 후 “괜찮다”고 결론을 내리면 수용 하겠다는 뜻인지 아리송하다.
설 교육감은 최근 전교조 대전지부로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줄타기 행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소신을 밝혀놓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사 333명에게 주의나 경고 등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설 교육감은 이념적으로 중도로 인식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합리적인 노선을 걸을 때 중도 노선이 의미가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서는 것이 중도는 아니라는 점을 설 교육감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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