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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3각처럼 함께 가는 삶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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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3각처럼 함께 가는 삶 살고 싶어요”

입력
2016.11.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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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 실험하는 비인가학교

12학년 8명 내년 첫 졸업생 배출

이후 삶 고민하는 포럼 준비

개교 후 12년 교육과정 출간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학교의 ‘지인지기’ 프로그램이 진행된 22일 강연자로 나선 화가 김미경(맨 앞줄 왼쪽 네 번째)씨가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학교의 ‘지인지기’ 프로그램이 진행된 22일 강연자로 나선 화가 김미경(맨 앞줄 왼쪽 네 번째)씨가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여러분은 지금 좋은 교육을 받고 있어서 그럴 일 없겠지만 저는 어릴 때 일기장에 ‘선생님 죽이고 싶다’고도 썼더군요, 하하.“

22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학교 지하1층 급식실. 강단에 선 화가 김미경(56)씨의 느닷없는 엉뚱한 고백은 좌중을 폭소케 했다. 서촌 풍광을 담은 펜화로 주목 받은 ‘옥상화가’ 김씨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를 들려 주는 동안 10대 청중 50여명은 귀 기울이며 특히 “좋은 교육”이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씨가 말한 좋은 교육이란 바로 서울의 대표적인 마을공동체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성미산학교를 뜻한다. 그는 이날 성미산학교의 진로 교육 중 하나인 ‘지인지기’ 프로그램에 초대됐다. 진로교육을 직업탐색 등에 한정하는 일반학교와 달리 대안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초대해 학생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12학년제 비인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는 ‘지인지기’를 비롯해 학교 교육의 형식성에서 벗어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2004년 9월에 문을 연 성미산학교는 내년 2월 첫 12학년 졸업생 8명을 배출한다. 최근에는 ‘성미산학교의 마을 만들기: 마을학교’라는 책도 출간했다. 운동장도 없이 4층 가정집을 개조해 1학년부터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까지 학생 16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성미산학교의 지난 12년 간 교육 과정과 마을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성미산학교 교사 최경미(40ㆍ별명 사이다: 성미산마을과 학교는 나이, 위계 등에서 벗어난 관계 맺기를 위해 별명을 짓는다)씨는 “호혜적 관계의 좋은 삶을 나누는 마을학교 실험을 지속하고자 하는 고민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일종의 교육 실험인 성미산학교의 산 역사가 된 12학년들은 27일에 있을 ‘마을학교 포럼’도 직접 준비 중이다. 학교와 마을에서 놀고 배우며 12년을 보낸 학생들이 졸업 이후 삶을 고민하는 자리다. ‘마을에서 먹고 살기’를 주제로 사회적 기업 ‘소풍가는고양이’ 대표 박진숙, ‘오늘공작소’ 대표 신지예씨 등을 초대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졸업을 앞둔 오선재(17), 강다운(18)양 등도 패널로 나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즐겁게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청중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민을 나눈다고 하지만 정작 예비 졸업생들은 어느 정도 졸업 후 행보의 확신이 선 상태다. “성미산마을에 소비보다 상대적으로 생산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농사에 관심이 많다”는 오양은 원조 대안학교인 충남 홍성군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진학을 원한다. 강양은 ‘슬로라이프’에 관심을 갖고 대안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강양은 인생을 ‘2인3각 경기’에 비유해 “달리는 일 자체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며 “느리지만 함께 사는 삶에 대한 고민을 포럼 자리에서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예정자 8명 중 절반이 못 되는 3명이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한 상태다.

이날 ‘지인지기’ 김미경씨의 강연은 “내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깨달을 수 있게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기 바란다”는 당부로 마무리됐다. 공식 강연 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학생을 위한 뒤풀이 장소 안내가 이어지자 학생 대부분이 김씨를 따라 우르르 학교를 빠져나갔다. 이미 오후 9시를 훌쩍 넘어선 시각이었다.

글ㆍ사진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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