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출신 20대 산악인이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악명 높은 바위산 ‘엘 캐피탄’의 수직암벽을 장비 없이 오직 손발만을 이용해 8일 만에 등정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AP통신에 따르면 체코 태생 아담 온드라(23)는 22일(현지시간) 엘 캐피탄의 고도 914m의 수직 화강암벽 ‘여명의 벽(Dawn Wall)’을 맨손 등반으로 오르는 데 성공했다. 온드라의 후원업체인 블랙다이아먼드의 대변인 존 디쿠올로는 “여명의 벽을 맨손으로 오른 두 번째 사례”라며 “그는 2년 전 미국 등반가 토미 콜드웰과 케빈 조지슨이 함께 이곳을 19일에 걸쳐 등반한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온드라가 성공한 등반 방식은 보통 프리 클라임(Free Climb)이라 불리며 정교한 등반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오직 신체의 힘만으로 직벽을 오르는 스타일이다. 프리 클라임이라도 추락 시 안전 확보를 위한 로프와 고정벨트는 사용한다.
이미 등산부문에서 세계 신기록 2개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산악인인 온드라는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추위와 비를 피하며 직벽을 오르는 전 등반 과정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온드라는 화강암에 쓸린 피부가 벗겨져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정상에 다가서자 “지금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고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온드라는 정상에 도착한 후 두 팔을 치켜 올리며 환호하는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후 휴대전화를 끄고 휴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AP에 따르면 온드라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처음 등반을 시도해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10월 중순 요세미티에 도착한 뒤 곧바로 여명의 벽에 오르는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 위험구간들에 대한 집중 훈련을 거듭한 후 11월 14일 정식으로 등반을 시작했고 8일 만인 22일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땐 벽에 텐트를 걸고 몸을 눕혔다. 온드라는 이번 등반을 위해 지난해 콜드웰과 조지슨의 등반 과정을 꼼꼼히 모니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산악인 켄 예거는 온드라에 대해 “아마도 현재 생존한 모든 산악인 가운데 가장 체력이 강할 것”이라면서도 “콜드웰이 수년간 등반 경로를 꼼꼼히 기록한 덕에 온드라가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온드라가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돌아와 자신만의 새로운 루트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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