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의약품회사 베링거인겔하임이 거대 다국적 제약기업 사노피의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인수하는 것과 관련, 한국 정부가 베링거인겔하임 측에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국내 판매 조직을 부분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인수ㆍ합병(M&A)은 국내 관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면서 “양돈용 써코바이러스 백신 및 반려견 항염증제 국내 판매 관련 자산을 6개월 이내에 팔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 제약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올해 6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장이 있는 한국의 공정위에도 7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국내 매출은 연간 약 2,741억원, 사노피의 매출액은 약 780억원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돼지에 주사하는 써코바이러스 백신 시장에서 합병회사의 시장점유율은 85.9%(베링거인겔하임 81.5%, 사노피 4.4%)에 달해 독과점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한 반려견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 시장에서도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66.9%로 타 회사를 압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두 회사 중 한 회사가 보유한 판매 자산을 팔아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들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판매 조직을 팔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물의약품 분야 기업결합에 시정조치를 내린 최초의 사례”라며 “동물의약품 시장의 독과점이 심화되어 국내 축산농 및 반려견 소유주의 잠재적 피해가 커지는 사태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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