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미국 최대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신경전에서 꼬리를 내렸다. 이 신문의 기사와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예정됐던 뉴욕타임스 방문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가 4시간 만에 번복하면서다. 남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던 트럼프 당선인의 달라진 행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내년 1월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국정 운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인수위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선인과 뉴욕타임스 관계자들의 회동은 조건을 둘러싸고 격렬한 신경전을 벌인 끝에 겨우 성사됐다.‘회동 내용을 즉시 보도해야 한다’는 뉴욕타임스 요구를 트럼프 당선인 측이 막판에 돌연 거부하는 바람에 일정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으나, 이후 백기 투항을 하면서 전격 성사됐다.
뉴욕타임스의 에일린 머피 대변인은 “오늘(22일) 만남은 짧은 시간만 ‘비보도’만남을 가진 뒤, 이후 일정은 모두 보도가 가능한 간담회로 예정돼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21일 당선인 측에서 ‘비보도’ 회동만 하자고 요구했고 우리는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막판까지 유리한 조건의 만남으로 변경을 시도했으나, 이 신문의 원칙론에 밀려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뉴욕타임스는 대선 기간은 물론이고 당선 이후에도 심각한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던 이 신문이 ▦소득세 탈루의혹 ▦여성비하 발언 등 폭로기사를 잇따라 내보내자, 트럼프 당선인측도 취재 거부와 고소위협 등으로 맞섰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사회에서 뉴욕타임스가 차지하는 위상을 인정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보수성향 매체 관계자는 “대선 기간 적극적으로 도와준 곳을 외면한 배은망덕한 행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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