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후 좌천
“같은 정권 또 수사는 모양 안 좋아”
야권 특검 후보 추천 물밑 조율
채동욱 카드도 여전히 유효
檢 출신 문성우·소병철 등 거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역임한 윤석열(55ㆍ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가 ‘박근혜- 최순실 특별검사팀’ 파견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검사와 함께 대선개입 수사를 강행해 사실상 검찰에서 쫓겨 난 채동욱(57ㆍ14기) 전 검찰총장의 특별검사 추천의 길은 남아 있다.
현직인 윤 검사는 특검팀이 출범하면 특별검사 및 특검보가 아닌 20명의 파견검사 중 한 명으로만 수사 참여가 가능하다. 정치권에선 최근 “현 정권에 강직하게 맞서 여론의 지지가 높다”는 이유로 그에게 특검팀 합류를 타진해 왔다. 그러나 윤 검사는 22일 본보 통화에서 “난 이미 이번 정권 초기에 칼을 들어 (박 대통령에게) 상처를 낸 사람”이라며 “비록 지금 지방 고검을 떠 다니고 있지만, 정권의 힘이 다 떨어진 이런 상황에서 또 같은 대상을 놓고 칼을 든다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개입 사건 수사 당시 검찰 지휘부와 갈등 이후 3년 째 좌천 중인 자신이 다시 현 정권을 향한 수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보복성’ 행동으로 비쳐진다는 취지다. 윤 검사는 2013년 10월 수사 진행에 이견이 있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ㆍ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집행한 이유 등으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특별검사 후보로 거론된 채 전 총장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혼외자 논란 끝에 낙마한 그를 특별검사로 추천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큰 편이다. 하지만 높은 여론 지지도를 감안할 때 그를 무조건 후보군에서 제외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아지고 있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내곡동 특별검사 추천 때도 정권이 절대 받지 못할 김형태 변호사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며 “국민적 열망이 있어 채 전 총장 카드 역시 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권은 내주 진행될 특별검사 후보 추천에 대비해 물밑 조율을 벌이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법원 출신 후보로는 본인들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김지형(58ㆍ11기) 박시환(63ㆍ12기) 전 대법관이 여전히 물망에 올라 있다. 검찰 출신으로는 문성우(60ㆍ11기) 전 대검 차장, 소병철(58ㆍ15기) 전 대구고검장, 박영관(64ㆍ13기) 전 제주지검장, 조승식(64ㆍ9기) 전 대검 형사부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특검보 후보로는 부장판사 출신의 이용구(51ㆍ23기) 변호사 등이, 파견검사를 총괄할 실무 팀장급 선임으로 대검 형사부장 출신의 조은석(52ㆍ19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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