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비리 변호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20일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 대한 반박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22일 이를 인정하면서도 “변호인이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자료를 제공한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법률과 관련한 것을 보조한 것은 민정수석실 업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커다란 오류가 있다. 지금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 공무상 기밀누설 등 실정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이런 대통령의 개인비리 변호를 지원하는 것은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직무 보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직무 보좌와 형사피의자가 된 개인의 비리에 대한 변호는 구분해야 한다. 일반 기업에서도 회사 대표의 개인비리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지원하면 횡령 또는 배임으로 처벌 받는다. 공적 조직인 민정수석실이 박 대통령 개인비리 변호 업무에 나서는 것은 직권남용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유 변호사가 박 대통령을 상담한 뒤 반론문을 작성할 때 민정수석실 사무실 공간과 컴퓨터를 빌려 준 정도라는 청와대 해명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동안 민정수석실이 이번 사건 전개 과정에서 박 대통령 혐의 방어와 관련된 법적 대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의 역할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특히 반론문 한글 파일 작성자로 등록된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최 수석이 대검 중수부장이던 시절 그 밑에서 검사로 근무했으며 우병우 전 수석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론문 작성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단순한 보조에 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게 무리만은 아니다.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부른 이번 국정농단 사건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한갓 사인에 지나지 않은 최씨에게 의존하고 국가의 공적 기관을 최씨 일족의 사익추구에 이용하도록 허용한 데서 비롯됐다. 즉 공사 구분에 가장 엄격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가 그러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개인비리 변호를 알게 모르게 주도한다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의 비리를 엄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피의자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개인비리 방어진지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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