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권자 돌아설라 부담감
뇌물죄 추가돼야 탄핵요건 탄력
朴 헌재서 공소장 부인하며 버티기 가능성 높아
野 국조ㆍ특검 동시 압박 전략
야권이 2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작업을 본격 추진하면서도 탄핵안 발의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탄핵이 최후의 카드인 만큼, 불발탄이 되지 않도록 최적의 타이밍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탄핵 프로세스의 주요 변곡점으로는 ▦촛불 민심 ▦박 대통령의 뇌물죄 ▦헌법재판소 변수 등이 꼽힌다.
“하야에서 탄핵으로” 26일 촛불 광장 구호
야권이 그간 탄핵 카드를 주저했던 이유는, 탄핵 전후 여론의 향방이 달라질 우려 때문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선 자기들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 내리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어 막상 탄핵이 시작되면 입장이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 정국이 진보 대 보수 이념 대결 국면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하야를 지지하는 여론은 과반을 웃돌고 있지만, 탄핵을 지지하는 숫자는 20%를 넘지 못하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탄핵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결국 26일 촛불민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채워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을 압박할 카드도 결국은 민심이라는 얘기다. 26일 촛불 집회 후 탄핵 지지세가 탄력을 받으면 야권은 12월 2일 처리를 목표로 탄핵안 의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뇌물죄’ 결정적 물증 확보도 관건
보수 일색의 헌법재판소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축적하는 것도 관건이다. 야권에선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탄핵 추진의 결정적 방아쇠로 보고 있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당시, ‘대통령의 권한과 직위를 남용하고 뇌물수수 등의 부정부패, 국민의 신임 배신, 국익을 해하는 활동’ 등을 중대한 법 위반 사유로 적시하며 탄핵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검찰이 내달 4일까지 최순실 게이트의 나머지 피의자들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까지 언급하면 탄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조치가 된다. 또 내달 5일로 예정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한 대기업 재벌 총수들의 ‘양심고백’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조와 특검 압박, 헌재소장 퇴임 전 ‘속도전’
야권은 내년 1월 말 퇴임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물러나기 전에 탄핵안을 가결 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헌재의 최단 심리기간을 50일로 잡더라도 12월 10일 이전에는 국회에서 탄핵안을 넘겨야 한다는 관측이다. 이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9일 본회의 의결이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이 헌재 심리 과정에서 지연 전술을 펼치며 버티기에 나서는 경우다.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본인에 대한 소추 사실을 전면 부인할 경우, 검찰 공소장에 나온 사람 외에 많은 사람이 헌재에 나와서 증언을 해야 한다”며 “소추안이 발의된다고 하더라도 탄핵까지는 4~6개월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은 이에 맞서 국정조사(내년 2월 15일까지)와 특검(내년 4월까지)에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에 나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당장 특검의 경우 검찰이 다루지 않은 ‘세월호 7시간’의혹 수사를 벼르고 있고 실시간 언론 브리핑도 가능하다. 특검 초기에 이뤄질 수 있는 대통령 소환 조사 등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