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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를 위한 의료

입력
2016.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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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에 있는 차병원그룹 계열 차움의원은 5개 층 2만㎡ 넓이의 세계 최대 진료센터다. 초호화 건강검진 센터와 각종 노화방지시술 클리닉, 스파ㆍ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VIP 회원권이 1억7,000만원, 연회비가 45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배우 피터 폰다, 미식축구 선수 테릴 오웬스, 메이저 리거 추신수, 골퍼 박인비 등이 다녀갔다고 홍보해 순식간에 1,000여명의 회원을 끌어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짜 치료를 해 준 것도 부유층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일지 모른다.

▦ 차움의 검진 프로그램은 ‘특별’하다. 하루 검진 인원은 30명. 안락한 독립 공간에 누워 있으면 의료진과 기계가 찾아와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의료진 외에는 누구와도 부딪치지 않도록 동선을 짰다. 방사선 노출량을 최소화한 안심검진과 미래의 질병을 알 수 있는 유전체 검진도 제공한다. 비용은 수백만~수천만 원. 여기에 노화방지시술을 곁들이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회춘 주사’로 소문난 줄기세포 치료만 회당 500만~1,000만원이다.

▦ 최근 몇 년 새 강남에는 차움을 모방한 초고가 검진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비급여 항목이라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고가 의료장비를 활용한 검진과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1,000만~2,000만원을 받는데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호황이다. 반면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위한 응급시설과 전문인력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응급환자는 돈이 되지 않고 골치만 아프니, 환자 가족들이 칼 들고 찾아오지 않을 정도로만 응급실을 유지한다”는 게 의사들 얘기다.

▦ 건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 가난할수록 병에 잘 걸리고 빨리 죽는다. 암 사망률도 빈곤층이 상류층보다 2배나 높다. 정기 검진을 못 받아서다. 정부는 차움의원의 숙원사업이던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했고 192억원의 예산까지 지원했다. 검진 사각지대에 놓인 실업자와 노인, 빈곤층에게 쓰여야 할 돈이다. 1%를 위한 호화 검진센터가 늘어나는 사이, 응급센터와 같이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의료 분야는 외면받고 있다. 65세라곤 믿기 어려운 박 대통령의 매끈하고 탱탱한 피부. 하지만 인간의 본성인 기쁨과 슬픔조차 담아내지 못하는 그 얼굴에서, 건강불평등을 키우는 의료민영화의 섬뜩한 미래를 본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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