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임을 탄생시킨 SBS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는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길라임 가명 사용 논란’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 작가는 22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드라마 ‘도깨비’ 제작발표회에 배우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등과 참석해 평소대로 솔직하고 재치 있는 답변으로 최근 시국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작가는 “(길라임 논란을)뉴스를 통해서 봤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 그는 “이런 시국에 제작발표회를 해서 재미있게 까불면서 놀아볼까도 싶었고, 정중하게 할까 고민도 했다”며 “저희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앞서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은 지난 17일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뉴스에서 길라임이라는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새 영화 주인공)한제인은 (가명으로)쓰지 마세요”라고 용기 있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작가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니 이 자리에서 재미있게 드라마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고 했다”며 “이번 드라마가 (복잡한 시국에)잠깐 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드라마가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어떡하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로 김 작가와 또다시 손잡은 이응복 PD는 “요즘 같은 시기에 드라마는 더더욱 재미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거들었다.
판타지 멜로 드라마인 ‘도깨비’는 장군이었다가 역적으로 몰린 뒤 저주를 받고 불멸의 존재로 살고 있는 도깨비 김신(공유)과 도깨비를 불러내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소녀 지은탁(김고은)이 펼치는 아름답고도 쓸쓸한 로맨스를 그린다. 불멸의 존재인 인어(전지현)가 등장하는 SBS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과 비교돼 흥미로운 경쟁이 예상된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별에서 온 그대’ 등으로 스타가 된 박지은 작가의 신작이다.
김 작가는 “판타지 드라마를 좋아해서 박 작가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잘 봤다”며 “한솥밥을 먹고 있어서 응원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드라마제작사 화앤담픽쳐스 소속이고, 박 작가는 문화창고에 몸을 담고 있다. 최근 CJ E&M의 자회사인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화앤담픽쳐스와 문화창고를 인수하면서 두 작가는 자연스레 한 식구가 됐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태양의 후예’ 막바지 캐릭터의 모호함과 간접광고 등 ‘뒷심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김 작가는 “변명의 여지가 없이 제 잘못”이라며 “제가 대사만 좋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당시에도 그런 지적을 받았고 잘못했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공유를 캐스팅하기가 어려웠다며 “5년에 걸쳐서 여러 작품으로 소위 ‘까였다’“며 “하지만 이번 드라마 출연 섭외를 했을 때 ‘이렇게 소심하고 겁 많은 도깨비라도 괜찮으시다면 작품을 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이 와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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