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영국의 말썽쟁이’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임시대표를 주미 영국대사로 추천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시험에 들게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많은 이들이 패라지가 주미 대사로 영국을 대표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그는 훌륭히 일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타국의 야당 지도자를 대사로 임명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내정 간섭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당장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메이 총리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미 영국대사는 자유진영 최대 우방인 양국의 교감을 담당하는 중요한 자리다. 올해 1월 부임한 킴 대러치 현 주미대사의 경우 국가안보보좌관과 유럽연합(EU) 영국 대표 등을 거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과거에도 외교 경력을 탄탄히 쌓아 올린 중량급 인사가 주로 파견됐다.
반면 패라지는 외교 경험이 일천한데다 각종 막말로 ‘영국의 트럼프’로도 불리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영국에 와서 메이 총리와 대화하길 바란다. 하지만 부디 만지지는 말길”이라고 실언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에는 반이민 정서를 자극해 브렉시트를 성사시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다만 브렉시트 국민투표 기간 트럼프가 패라지를 적극 지지하고 패라지는 미 대선 기간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의 선거 유세를 돕는 등 둘은 찰떡 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또 그 동안 미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이 끝난 후 영국 정상과 가장 먼저 통화를 했지만, 메이 총리는 10번째로 밀려나는 찬밥 취급을 당했다. 반면 패라지는 영국 고위급 정치인을 모두 제치고 지난 12일 미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한시간 가량 트럼프와 회동을 가졌다. 패라지는 트럼프와의 만남 후 “영국 정부의 누구도 트럼프 팀과 연결고리가 없다”고 득의양양하게 기자회견을 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트럼프의 패라지 추천에 “이미 우리에게는 훌륭한 주미대사가 있다”며 “(패라지를 위한) 공석은 없다”고 일축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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