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변수나 대내 변수나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그렇다고 절망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만큼 지금이 패러다임 변화의 기회라고 받아들이자.”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은 22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2017 한국경제대전망’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이 교수를 중심으로 43명의 각 분야 경제전문가들이 낸 내년 경제 전망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대외적 위험 요인으로는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한 보호무역 물결을 가장 우려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중진국 탈출 전략은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전략적 혁신’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전략적 혁신이란 미국 중심 시장 질서에 편입되는 대신, ‘차이니즈 스탠더드’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의 30% 정도를 그 안에 넣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심 블록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까지 미국 이익 제일주의를 내세워 보호무역을 내걸게 되면 세계 경기가 상당한 침체를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 놨다.
국내 여건도 만만치 않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경향, 성장잠재력 하락 경향, 늘어나는 복지부담과 통일 대비 비용까지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해법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이근 교수는 “현재 위기는 외적 요인으로 인한 위기라기보다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내적 요인의 위기가 더 큰 시스템의 실패”라고 규정한 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정책은 위기관리 수준에 머물고 구체적인 산업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 논의에 대해서도 “적극적 창업을 뒷받침해줄 수 있고 복지정책 시행에 따른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보수층에서도 선호하는 정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국회의장 정책비서관은 “저금리나 부동산 경기 부양 같은 방법으로 연명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다고 보인다”면서 “지금 당장 금융위기로 번질만한 위험은 아니지만 소비여력이 크게 줄어든 만큼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포용성장 개념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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