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 ‘공포 분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방송사 사장과 진행자를 만난 자리에서 “부정직한 미디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일부 언론인은 “총살대 앞에 선 것 같았다”며 공포스런 분위기를 전했다.
일간 뉴욕포스트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는 25개 미국 방송사 사장 및 주요 방송인들과 비공개로 회동하고 새 행정부가 미국 언론과 협조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임에 참석했던 언론인들은 정작 만남 분위기는 트럼프가 언론 보도에 불만을 토하는 등 최악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한 참석자의 표현을 빌어 “마치 총살형 집행대 같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나는 지금 거짓말쟁이들 사이에 서 있다”며 언론이 정직하지 못하고 기만적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CNN의 제프 저커 사장을 가리키며 “당신네 네트워크(CNN)가 싫다. CNN은 전부 거짓말쟁이들이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트럼프는 NBC의 트럼프 담당기자 케이티 터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NBC 여성기자가 엉망으로 보도했다”고 말했다. 터는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흑인 인권운동가들의 반대시위를 의식해 연설 후 급히 현장을 떴다’고 보도했다가 트럼프로부터 직접 비난을 들었던 악연이 있다.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2차 대선 토론을 진행한 ABC의 마사 라다츠도 ‘클린턴이 낙선하자 울음을 터트렸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NBC가 자신의 못생긴 사진을 선정해 보도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폴리티코를 통해 한 참석자는 “긴장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만남은 전반적으로 평화로웠다”며 “트럼프가 언론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켈리앤 콘웨이 선거대책본부장도 “화기애애하고 솔직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포스트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트럼프는 화를 내지 않았다. 비공개 회동을 왜곡 보도하지 말라”고 밝혔다. CNN과 NBC 등은 비공개 회동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기자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며 취재하는 ‘동행취재단 체제’에도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사전 예고 없이 트럼프 타워 인근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저녁을 먹기 위해 외출했다가 취재진을 따돌렸다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비판을 받았다.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동행취재단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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