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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Public Anger(국민의 분노)

입력
2016.11.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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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EU 탈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됐다. 미국은 Trump의 당선으로 이민 나간다는 사람이 나오고 증오 범죄가 매일 터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임 총리가 현 총리를 부정 부패로 지목하면서 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과 비선 실세들의 스캔들로 100만 시민들이 거리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모두 시민들의 분노의 표현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의 분노는 소위 anger management로 통제 가능하다. 군중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는 화약 같다고 해서 public fuse라고 한다. 대중의 분노는 public anger이지만 전국민이 하나같이 공분한다면 이는 national anger다. 러시아나 독일어는 anger에 대해 개인의 분노와 사회적 분노를 구분한다. 희랍어로 쓰인 성서에는 7가지 이상의 분노가 나온다. 독일도 크게 3가지 이상의 분노를 말하며 중국의 경우에도 5가지 이상의 분노 표현이 있다고 한다. 독일어에서는 anger와 evil의 개념이 겹치고 러시아에서의 zloi도 같은 사례다. ‘He’s mad’라고 말할 때는 angry일 수도 있고 insane일수도 있다. 현재 미국 시민의 분노는 Trump 등장으로 인한 실망과 희망이 섞인 복잡한 감정의 표현이다. 지지자들은 더 확실한 정책 실현에 기대를 거는 반면 반대자들은 그가 펼칠 정책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크다.

하지만 현재 한국 시민의 분노는 전혀 다른 유형이다. 한국의 국정이 마비되었다는 외신 뉴스를 보면 ‘The entire political system is broken, dysfunctional, and paralyzed.’ 같은 문구가 나온다. 수십 만의 국민이 거리로 나왔다는 외신 뉴스가 달갑지 않은 것은 그 가운데 보이는 국민의 분노와 구호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이게 나라냐?’를 ‘Is this called a country?’, ‘Do you call that a country?’, ‘Is this supposed to be a country?’라고 친절하게 번역해 소개하지만, 이들 문장의 어감이 한국인의 분노를 드러내지 못한다. 지금 ‘something wrong with the country’ 때문에 분노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하야하라 외치는 ‘Step down’이나 ‘Down with the President’ 같은 외침에 대통령이 귀를 닫은 것도 분노하는 이유가 된다. 수천 만이 지켜보는 데 꼼수로 버티고 무시 작전으로 시간을 벌려는 일부 세력이 문제의 발단이고 종착점이다. 한 나라의 국정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대통령 집권 후에도 비정상적인 국정이 자행되었는데도 이를 막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녀노소 국민이 ‘Go ahead, get mad’(이제 분노하십시오)라고 외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양심일 것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되새기고 싶은 몇 마디 명언이 있다. 영국 시인 William Cowper의 ‘자기 원칙만 강조해서 누리는 영광은 치욕의 죄’(Glory, built on selfish principles, is shame and guilt.)를 대통령은 되새겨야 한다. 그토록 강조하고 주장하던 ‘원칙’과 ‘신’은 결국 자기만을 위한 기준이었단 말인가. 이제 Charles Dickens가 말한 대로 ‘눈물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We need never be ashamed of our tears) 참회하고 물러 난다면 정이 많은 한국인들은 그간의 죄과를 용서하고 관용과 화합의 손을 내밀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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