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 배부 등 비교육적 강요 판쳐
작년 학부모 53%만 겨우 참가
정부, 참여율 올리라며 압박
부모는 수업참관 없이 선심 쓰듯
학생은 공개된 곳서 만족도 조사
객관성 없어 ‘낙제자’ 0.06%뿐
진보^보수단체 모두 “폐지해야”
경기 S중학교는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가 시작된 지난 달 학생들에게 “‘학부모ㆍ학생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일주일간 벌 청소를 시키겠다”고 공지했다. 또 학교 측은 2학기 중간고사 시험감독에 참여하는 부모를 위한 ‘학부모 고사감독관’ 연수자리에서도 “지금 만족도 조사를 한 학부모가 30명밖에 안 되니 참여해달라”고 학부모들까지 압박했다. 부산 I중학교는 만족도조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학생들을 학교에 남기겠다”고 하는가 하면, 대구 W고교는 학부모가 만족도 조사에 참여한 학생에게만 상점을 주겠다며 참여를 강요했다.
교원평가 시즌이 돌아오면서 올해도 비교육적이고 변칙적인 평가 강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수업 등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평가를 반영해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교원 41만명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평가가 참여율 올리기에만 급급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평가의 핵심인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많다. 학부모들은 자녀 담임교사의 수업 참관은커녕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이 ‘깜깜이 평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잠실에서 고1, 중2 자녀를 키우는 오모(38)씨는 “애들 담임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생활기록부를 잘 써주시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평가는 항상 좋게 한다”라면서도 “교원평가 때문에 선생님이 달라지거나 불만 사항이 개선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사가 반 전체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가도록 해 공개적인 장소에서 만족도조사를 하도록 하는 등 솔직한 평가를 내리기 힘든 구조다. 지난해 전국 학부모의 만족도조사 참여율은 53%인 반면, 학생 참여율은 87.5%로 훨씬 높았던 것도 이런 참여 방식 때문이다. 또 ‘교원 평가 기간에는 매점 아이스크림이 동난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아 평가의 객관성을 의심케 한다.
평가의 실효성도 문제다. 교원평가는 ▦동료교사의 평가 ▦학부모ㆍ학생의 만족도조사로 이뤄지는데, 한 항목(각 5점 만점)이라도 2.5점 미만을 받으면 장단기 능력향상연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사들끼리는 대개 서로 점수를 후하게 주고, 학부모나 학생도 대체로 높은 점수를 준다. 실제 지난해 교원평가를 받은 교사 38만명 중 연수 대상자는 0.06%(236명)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원단체들도 정치적 성향을 떠나 모두 교원평가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원평가가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실패한 정책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초ㆍ중학생의 만족도조사 폐지, 학부모 조사는 서술형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평가 거부를 선언한 교사는 1만3,367명이다.
정부는 여전히 평가 참여율에만 집착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17개 시도 교육감에게 “평가 참여를 독려하고, 평가기간을 11월 말까지 연장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때문에 이미 올해 교원평가를 마감한 일부 교육청은 평가 시스템을 다시 열기도 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 ‘교원평가 실시에 관한 훈령’을 제정, 올해부터는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교사를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도 했다.
시행 7년째를 맞고도 현장에서 외면당하는 교원평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수정 단국대 교직교육과 교수는 “학부모는 교사의 수업을 직접 참관한 뒤 평가, 교사는 동료들의 직무에 대해서만 평가 등으로 한정해야 평가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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