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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 않는 朴… 대안적 저항 모색하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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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 않는 朴… 대안적 저항 모색하는 촛불

입력
2016.1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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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대응 논의 불붙어

집집 ‘박근혜 퇴진’ 현수막부터

수업거부-동시파업-납세거부 등

적극적 불복종 운동 논의 활발

“100만명이 아니라 5,000만명이 거리에 나와도 아마 절대 하야하지 않을 겁니다. 언제까지 평화 프레임에 갇혀서 촛불만 들어야 하나요.”(60대 주부) “그렇다면 평화시위 기조는 유지하되 탄핵 절차를 빠르게 밟도록 ‘투트랙’ 전략을 마련하는 건 어떨까요.”(대학생 김모씨)

60만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목놓아 외쳤던 지난 19일 밤, 인근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 시민 200여명이 모여 앉았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을 어떻게 물러나게 할지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주최로 3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박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여러 저항 방식이 공유됐다.

100만 평화집회를 정착시킨 시민사회에서 ‘촛불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4차례 대규모 집회를 통해 박근혜정부에 반대하는 민심은 충분히 확인된 만큼 박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한 실천적 방법론을 고민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1,000만 탄핵 서명운동을 전개하자’는 목소리부터 ‘납세거부운동’ ‘동맹휴학’ ‘동시파업’ 등 보다 적극적인 불복종 운동까지 다양한 투쟁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4차 촛불집회의 화두는 ‘탄핵’이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앉아 친구와 토론 중이던 직장인 이수희(30)씨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지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면 탄핵처럼 ‘당신은 범죄자다’라는 확실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친구 A씨도 “탄핵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에게 낙선캠페인을 예고하는 등 유권자 운동을 병행해 탄핵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고 거들었다.

아직까지는 시민들이 평소 실천 가능한 일상의 저항을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많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모(62)씨는 “국가 기념일에 태극기를 달 듯 베란다나 대문 앞에 ‘박근혜 퇴진’ 문구를 걸어 놓는 식으로 저항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날 ▦지역으로 촛불 확산하기 ▦불신임 국민투표, 퇴진서명운동 등 민심 전달 창구 마련 ▦지역구 정치인 압박을 통한 탄핵 분위기 조성 등을 제안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21일 “퇴진 플래카드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등 생활 투쟁이 들불처럼 번질 경우 정권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 빈틈 이용해 버티는 대통령”

“착한 시민에 집착하면 변화 없다”

수업거부나 동시파업처럼 국정운영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주장도 각계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이날 전국 70여개 대학 학생회가 연합한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25일부터 동맹휴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검찰 중간수사 결과는 4주째 광장에서 구호를 외치는 국민 다수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적극적 저항 움직임은 일종의 무력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원인은 물론 여전히 퇴진을 거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다. 박 대통령이 거취 문제에 일절 함구하면서 다른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민심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현행법의 빈틈을 최대한 이용해 끝까지 버티려는 자세를 보이자 시민들 스스로 퇴진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 술 더 떠 온라인에서는 평화집회 무용론, 납세거부운동 등 보다 과격한 대안전략을 놓고 찬반양론도 격화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납세를 거부해 공무원에게 봉급을 주는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자”고 했고, “착한 시민에만 집착하는데 변화가 쉽게 올 리 있겠느냐”며 촛불집회의 한계를 지적한 페이스북 글에 지지 의사를 보인 네티즌도 벌써 2,000명을 넘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아이디어가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시민사회의 극심한 분노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정치권이 시민들의 자발적 출구전략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정국 향방이 급격히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19일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순천시민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19일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순천시민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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