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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쇼크’로 확 바뀐 재테크 지형… 어디에 투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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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쇼크’로 확 바뀐 재테크 지형… 어디에 투자할까

입력
2016.1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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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달러는 나눠 팔고, 금 투자는 신중하게

하이일드채권, 부동산대출채권, 리자드형 ELS 등 틈새상품 노려볼만

주식투자,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종목보다는 지수에

두 달 전 재테크를 겸해 달러당 1,120원대에 10만 달러를 사두었던 직장인 김모(41)씨는 최근 은행을 찾아 달러 매도 시점을 상담했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불과 열흘 만에 원ㆍ달러 환율이 1,18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장 팔아도 수익률이 5%가 넘어 500만원 넘게 차익을 볼 수 있지만 좀 더 오를 것 같아서 언제쯤 되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깬 트럼프 당선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기존 재테크 지형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저금리에다 여러 악재들까지 겹쳐 있는 시장 상황에선 4~5% 가량의 중간수익을 추구하면서 최대한 안전장치가 갖춰진 상품을 찾을 것을 권하고 있다.

달러냐, 금이냐

21일 금융권과 재테크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른바 ‘트럼프 쇼크’의 본질은 향후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있다. 이럴 땐 다른 투자자들의 동향부터 살펴보는 게 좋다.

최근 은행 창구에는 안전자산 투자문의가 크게 늘었다. 특히 작년 말부터 인기를 끌었던 미 달러화 투자는 최근 환율이 급등하자 향후 방향을 묻는 고객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직전인 8일 달러당 1,143.4원에서 18일 1,183.2원까지 치솟았다. 일부에선 내달 확실시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연말엔 1,2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금 달러를 사는 건 신중해야 한다. 당분간은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이미 많이 올라 큰 차익을 보기는 어렵고,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재정지출 확대정책 등으로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남규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팀장은 “단기 수익을 노릴 게 아니라면 신규투자는 자제하고, 기존 달러 보유 투자자는 적절한 시점에 분할 매도하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시장이 불확실하다 보니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 투자도 최근 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금 펀드에만 약 25억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트럼프 당선(9일) 이후 18일(온스당 1,208.5달러)까지 5% 이상 하락했다. 금 펀드도 이달 들어 수익률이 마이너스(-4%)로 돌아섰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긴 했지만 금 투자는 여전히 가격 변동성뿐 아니라 환율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시대 맞춤 상품은

트럼프쇼크로 달러화나 금 같은 전통의 안전자산은 물론, 기존 금융상품 전반에도 투자위험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적당한 수익을 내면서도 원금손실이 적은 틈새상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국내외 채권금리가 뛰면서 채권 투자가 시들해졌지만 하이일드채권, 부동산담보대출채권 등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인 하이일드채권은 부도위험이 높지만, 부도만 안 나면 연 5~9%의 안정적 수익을 낸다.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글로벌 하이일드채권형 펀드에 31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고. 최근 6개월, 1년 수익률도 각각 4.82%, 7.62%에 달한다.

부동산가치를 담보로 하는 채권인 부동산담보대출채권도 요즘 같은 상황에선 투자할 만하다. 특정 부동산을 담보로 12~36개월 만기를 정해놓고, 만기 시 정해진 금리를 제공한다. 김남규 팀장은 “담보가치 높은 물건을 기반으로 하는 채권이나 펀드에 투자하면 연 4~5% 수익을 노릴 수 있다”고 추천했다.

한동안 외면 당했던 주가연계증권(ELS)도 최근 안전장치를 갖추고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원금손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익률을 줄인 대신 상환기간을 앞당긴 ‘리자드(lizardㆍ도마뱀) ELS’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도마뱀이 위험에 처하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시장이 급락하면 수익의 절반은 포기하고 원금은 회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예컨대 기존 ELS는 기초자산 지수가 80~90%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을 입고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이 상품은 6개월이나 1년 후 지수가 급락해도 마지노선(50~60%)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률의 절반 정도만 주고 조기상환 된다. 신현조 우리은행 잠실지점 PB팀장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때에는 안정성은 높이고, 수익률은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 원한다면

트럼프 시대 주식 투자에선 신흥국보다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 상황이 좋아질 거란 전망이 많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보호무역 정책을 펼친다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주식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신흥국보다 선진국 주식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트럼프의 경기부양용 재정확대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결과적으로 미국 증시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건설 등 인프라 관련 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접투자가 꺼려진다면 관련 인덱스지수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간접 투자하는 것도 좋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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