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우륵의 고향, 제천 청풍이 확실합니다”
충북 제천 향토사학자인 류금열(61)씨는 21일 “우륵의 고향이 지금의 경남 의령군 부림면이라는 주장은 일제 식민사학자가 왜곡한 것을 우리 학계가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우륵은 지금의 제천시 청풍면에서 태어난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향토사 연구단체인 (사)내제문화연구회가 최근 펴낸 연구집에 기고한 논문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의 주장의 근거는 삼국사기 원전이다. 삼국사기에 ‘악사 성열현인 우륵(樂師 省熱縣人 于勒)’이란 기록이 있으므로 성열현이란 지명을 찾으면 탄생지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류씨는 “고구려가 청풍을 지배할 당시의 이름인 사열이현(沙熱伊縣)과 성열현이 음상사학(音相似學)상으로 같고, 백제 지배 당시 청풍에 성열성이 있었다는 기록 등으로 보아 성열현은 지금의 청풍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다산 정약용도 역사지리서 ‘아방강역고’에서 성열현을 고구려 사열이현과 같다고 했고 단재 신채호와 한글학자 이윤재도 성열현을 청풍으로 확신했다.
1969년 발행된 제천군지, 1975년의 충청북도지에도 ‘우륵은 제천사람’이라 기록했다.
이를 근거로 류씨는 우륵이 태어난 성열현을 경남 의령으로 보는 국내 주류 학계의 주장을 “식민사학에 의한 명백한 역사왜곡”이라고 비판한다.
일제시대 식민사학자 스에마쓰 야스카즈와 그의 추종 세력들이 임나일본부설을 정당화하는 차원에서 우륵을 임나국 중 하나인 사이기국(斯二岐國ㆍ지금의 의령)출신으로 날조했다는 것이다.
류씨는 “야스카즈 주장을 계승한 일본 학자들의 엉터리 주장을 우리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베끼고 그걸 다시 국사편찬위원회 등이 그대로 따랐다”고 목청을 높였다.
류씨가 우륵 탄생지 왜곡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제천시 청풍면 황석리에서 태어난 그는 충주댐 건설로 마을이 물속에 잠기게 되자 고향의 역사를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향토지에서 악성 우륵이 청풍 출신이란 기록을 발견하고 우륵 연구에 몰두했다. 15년 가까이 각종 자료를 섭렵한 그는 우륵이 청풍 사람이란 확신을 갖고 2013년 ‘청풍 성혈현인 악성 우륵의 사료집성’이란 책자를 발간했다. 지난해에는 청풍문화재단지에 우륵탄강비를 세우기도 했다. 이 비에는 우륵이 제천 청풍 태생이며 그가 551년 신라 진흥왕 앞에서 연주했던 ‘청풍체하림조’가 국악의 효시라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에는 정부와 학계를 상대로 우륵과 관련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학계는 류씨가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류씨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륵의 탄생지를 바로 잡는 것은 단순히 역사적 인물의 고향을 찾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날조되고 일그러진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후손들을 위해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죠.”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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