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주차장에서 외국인 범죄자가 도주했지만 이틀이 넘도록 행적이 묘연하다. 경찰이 범죄자를 허술하게 호송하다가 초래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2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8시 30분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붙잡은 몽골인 A(30)씨가 대전동부경찰서 주차장에서 도주했다.
지명 수배 중이던 A씨는 1시간여 전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나들목 인근에서 지정차로를 위반해 달리다 검문한 충남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에 체포돼 유치장이 있는 대전동부경찰서로 인계되는 과정에서 도주했다. A씨는 당시 대전동부서 주차장에 도착해 경찰이 순찰차 뒷문을 열어주고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정문을 통과해 그대로 달아났다.
경찰은 뒤늦게 A씨를 추적했지만 따라잡지 못했고,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소재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천안 방면으로 도주했을 것으로 보고 행적을 파악 중이다.
A씨가 도주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의 허술한 호송 과정 때문이었다. 경찰은 A씨를 붙잡아 순찰차에 태워 대전동부경찰서로 호송하면서 ‘경찰관이 뒷좌석 우측에서 범인을 감시해야 한다’는 피의자 차량 연행 규정을 무시한 채 2명 모두 앞 좌석에 탔다. 신탄진 나들목에서 대전동부경찰서까지 이동하면서 순찰차 뒷좌석에 A씨 혼자 방치한 것이다.
A씨는 수갑을 푼 상태로 도주했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하자마자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수갑을 채웠다고 했지만 대전동부서 주차장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A씨가 수갑을 푼 상태로 달아나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갑 등 경찰 장구를 철저히 사용하라는 경찰의 피의자 도주 방지 방침도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흉악범이 아니다 보니 도망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호송하다가 빚어진 일인 것 같다”며 “앞으로 경미한 범죄로 인한 수배자라도 철저히 관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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