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무얼 먹을까, 곰곰 생각하다가 곰국을 꺼냈다. 엄마가 이틀 동안 푹 끓여서 보내준 거다. 곰국엔 김치를 꺼내야지. 김장김치는 어제 친구 A가 가져다 준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A의 여동생의 시어머니가 담가준 거다. 배추김치와 총각김치, 그리고 굴무침까지 김치냉장고를 가득 채워주었다. 깍두기를 얻어먹은 건 셀 수도 없다. B는 종종 명란젓을 가져다주는데, 빨갛게 고춧가루 양념을 해주는 우리 엄마의 명란젓과는 달리 이북 출신 B의 어머니의 연분홍 맑은 명란젓에는 참기름만 살짝 뿌려먹어야 한다. 고소하고 짭짤한 그 맛. C의 어머니는 여행을 갈 때마다 내 것도 챙겨주었다. 강화도 여행을 갈 때엔 강화도 순무김치를, 통영에 갈 때엔 멍게젓갈을, 여수에 갈 때엔 갓김치를 말이다. 예전엔 내 팔뚝보다 큰 영광굴비를 두 마리나 챙겨주기도 했다. 굴비가 하도 커서 프라이팬이 마땅찮았다. 커다란 프라이팬을 살까 고민하다가 굴비를 반토막 내어서 구웠다. 한 마리는 아껴두었다가 엄마에게 주었다. 엄마는 굴비 살을 잘게 찢어 고추장굴비를 만든 다음 도로 나에게 보내왔다. 그래서 엄마만 떠올리면 밥 생각이 나나 보다.
결혼을 한 친구들은 내내 하소연을 했다. “그놈의 밥 타령. 지긋지긋해 죽겠어. 무슨 굶어 죽은 조상이라도 있나 봐, 정말!” 백 번 이해하는데, 그래도 엄마만 만나면 나 역시 밥 타령이다. 냉장고에 반찬이 떨어지면 슈퍼마켓에 가는 대신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말이다. 곰국도 다 떨어져 간다. 커다란 대접에 곰국 덜어 밥 한 그릇 비우고 얼른 전화를 해야지. “엄마, 생태찌개 먹고 싶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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