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예비입찰에 이어 본입찰까지 매각 열기가 이어지면서 성공적인 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요. 경영권을 통째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분을 4% 이상씩 쪼개 팔면서 주주들에게 이사회 참여 권한을 주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 통했다는 해석이 많았죠. 그런데 여기에 숨어있던 ‘진짜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정부의 ‘지주회사 전환’ 확약입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19일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우리은행 주요 투자자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1시간 넘게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따른 회사 비전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은행 계열사 체제에선 규제 강도가 높은 은행법을 적용받아 계열사와의 연계 영업이 쉽지 않고요. 무엇보다 관련 법상 위험자산이 많은 계열사 실적이 은행 실적에 그대로 합산돼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겁니다. 실제 우리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우리금융지주 체제였던 2014년 9월만 해도 16.3%에 달했지만 지주 체제가 깨진 그해 12월엔 14.2%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행장은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자본건전성 지표들이 금융지주 해체 이전 수준으로 개선돼 주가 상승은 물론 투자자에 대한 배당 여력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강조했고요. 투자자들 역시 이런 생각에 공감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여기에 정부가 가세했는데요. 정 부위원장이 과점주주 중심의 이사회가 꾸려져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 정부 역시 적극 지원하겠다는 답을 한 겁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과점주주들도 단기간 기업가치가 올라가기 위해선 지주사 전환 작업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확답이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은 내년 3월 새로운 이사회가 출범하는 대로 지주사 전환 작업에 본격 뛰어들 예정입니다.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내년 8월 우리은행의 구조는 지금의 은행 계열 체제에서 지주사 아래 은행을 포함한 8개 계열사가 자리하는 모습으로 바뀌게 되죠. 다만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인수ㆍ합병(M&A)은 뒤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 증권계열의 과점주주들이 우리은행과의 협업으로 영업망을 넓히기 위해 주주로 참여한 만큼 이들이 비용을 들여가며 금융 계열사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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