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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탄핵 나서라’ 靑의 도발적 메시지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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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탄핵 나서라’ 靑의 도발적 메시지 노림수는…

입력
2016.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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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에 전면전 선포

보수 결집 겨냥하며 시간 끌기

국회ㆍ헌재 구성에서도 자신감

황 총리는 ‘버티기 카드’로 활용할 듯

20일 청와대 전경. 뉴스1
20일 청와대 전경.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여야의 압박에 청와대는 20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테니, 차라리 탄핵에 나서라’는 도발적 메시지를 검찰과 정치권에 보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차라리 헌법상ㆍ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 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적시하자 역공을 취한 것이다. 정 대변인이 거론한 ‘헌법상ㆍ법률상 합법적 절차’는 대통령 탄핵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리는 절차인 탄핵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우선 청와대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는 최대 8개월이 걸린다. 청와대는 시간을 벌면서 콘크리트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고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릴 ‘재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 연루 의혹이 제기된 부산 엘시티(LCT) 비리사건을 철저히 진상 규명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것도 반격 카드의 하나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청와대는 야당의 ‘황교안 딜레마’도 시간 끌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때문에 총리부터 바꾸고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과 ‘정체성 코드’가 맞는 황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한 박 대통령의 통치가 사실상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통령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후보자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임 총리는 내년 대선의 흐름을 바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여야와 대선주자들이 총리 후보자를 놓고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하느라 시간을 흘려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지 않은 채 국회에 총리 추천권을 덜컥 넘긴 것이 탄핵 정국을 지연시키려는 꼼수였다는 의심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좋은 후보자를 추천해 주면 박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국회가 탄핵 명분으로 삼을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놓고도 지루한 사법적,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 모금을 “청와대의 정상적 업무이며, 재단 사유화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변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청와대는 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객관적 증거를 무시하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검찰이 주장한 박 대통령의 혐의들을 전면 부인했다.

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새누리당 의원 29명 이상이 찬성 투표를 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이 정치 생명을 걸면서까지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지 못할 가능성에도 청와대는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청와대가 탄핵 공세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오만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이유다. 실제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는데도, 야당들은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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