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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ㆍ중형차 더블펀치에 맥 못추는 ‘국민 패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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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ㆍ중형차 더블펀치에 맥 못추는 ‘국민 패밀리카’

입력
2016.11.2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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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바꾸고 가격 인하했지만

아반떼 외 전차종 판매량 급감

중영차와 가격 차이 미미하고

저유가ㆍ수입차 시장 팽창도 원인

2000년대 초 인기를 끈 현대자동차의 소형 승용차 ‘베르나’ 광고에는 ‘내 가족의 첫차’란 문구가 붙었다. 당시에는 엔진 배기량 1,600㏄ 이하 소형차의 고객 대부분이 차를 처음 구입하는 가족이었다. 그러나 이후 ‘내 가족의 첫차’는 차체와 배기량이 큰 중형 승용차로 옮겨갔다. 최근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도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소형 승용차의 주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뚝뚝 떨어졌다. 자동차 내수시장이 침체된 올해는 처지가 더욱 처량하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10월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국산 4사의 엔진 배기량 1,000~1,600㏄ 소형 승용차 9종 중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늘어난 건 현대자동차의 ‘아반떼’가 유일하다. 7만8,253대가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7만6,849대)보다 1.8% 증가했다. 그러나 아반떼가 2009년부터 3년간, 이어 지난해 연 10만대 판매를 돌파한 인기 차종이었고 완전변경이 이뤄진 신형 모델(AD)이 작년 9월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1.8% 증가는 그간의 명성에 미치지는 못하는 성적이다.

최근 몇 년간 완전변경조차 없었던 ‘엑센트’와 ‘벨로스터’는 1~10월 판매량이 큰 폭의 마이너스 곡선을 그렸다. 엑센트는 1만1,215대가 팔려 전년 대비 -19.4%, 고작 577대가 판매된 벨로스터는 무려 -49.3%나 감소했다.

i30는 지난 9월 신형으로 탈바꿈했지만 지난달 판매량은 1,000대에도 못 미치는 648대에 머물렀다. 1~10월 i30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9.7% 줄어든 1,884에 불과했다.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 역시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41.4%나 판매가 감소했다. ‘K3’는 14.8%가 줄어 소형 승용차치고는 선방한 편이다.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소형 승용차들도 하나 같이 맥을 못 췄다. 내년 완전변경을 앞둔 GM의 ‘쉐보레 크루즈’는 1~10월 8,732대 판매에 그쳐 지난해에 비해 37.1%, ‘아베오’는 1,140대가 팔려 48.8% 급감했다. 아베오는 지난 9월 크게 바뀐 부분변경 모델을 내 놓으며 가격까지 조금 내렸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완전변경이 임박한 르노삼성의 SM3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8.3%나 줄어들었다.

국내에서는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지만 해외에서 국산 소형 승용차의 인기는 여전하다. 엑센트는 1~9월 15만9,441대, 프라이드는 13만7817대가 수출길에 올랐다.

소형차 전성시대는 다시 올까

국내 소형 승용차들의 동반 부진 이유를 신형 모델의 부재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소형 차 최강인 아반떼의 신차 효과가 미미한 것을 보면 완전변경 모델이나 신차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이전 같은 파괴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소비의 양극화가 경차와 중형차 사이에 끼어 있는 소형 승용차의 존재감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용성이 최우선인 사람이라면 아예 경차를 사고, 그럭저럭 편하게 탈 요량이면 조금 더 보태 차체가 큰 중형 승용차를 선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솔린 엔진 기준 아반떼 최고급 모델(2,165만원)과 쏘나타 중간급(2,545만원)의 가격 차이는 380만원이다. 쏘나타 기본 모델(2,255만원)과 비교하면 차이는 100만원도 안 된다.

더구나 크고 튼튼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이 몰아쳤고, 저유가가 지속되며 소형차들의 강점인 높은 연비의 가치도 빛이 바랬다. 업계 관계자는 “BMW 미니나 폭스바겐의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소형 모델이 많지 않은 수입차 시장이 급속히 팽창한 것도 국산 소형차들의 입지가 좁아진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소형 승용차의 전성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작은 차를 타다 큰 차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반대의 경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 시장은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도 중요한 전장이 아니다. 들여야 하는 품이 비슷하다면 이익이 많이 남는 SUV와 중형 이상 승용차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 당장 내년에 출시될 소형 승용차도 한국GM의 신형 크루즈, 르노삼성의 ‘클리오’ 정도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소형차는 교체시기가 준대형급보다 긴 10년 정도라 구매가 자주 이뤄지지도 않는다”며 “한동안 소형차의 침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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