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이어 4차 촛불집회도
법원이 청와대 인근 진출 허용
교통 내세운 경찰 체면 구겨
청와대와 시민 사이 거리는 어느덧 400여m까지 좁혀졌다. 19일 열린 4차 촛불집회에서 법원이 집회 참가자들의 청와대 인근 행진을 허가하면서 성난 민심은 계속 청와대로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찰은 참가자들의 시민의식을 믿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는 이날 광화문을 기준으로 서쪽은 내자동로터리를 출발, 자하문로를 따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돌아 나오는 구간을, 동쪽은 동십자각 사거리에서 삼청로를 따라 재동초교 로터리를 거쳐 안국역으로 이어지는 ㅁ자 모양 구간의 행진을 허용했다. 창성동 별관은 청와대에서 직선거리로 460m 떨어져 있다. 이 곳에서 집회가 허용된 것은 처음이다. 3차 촛불집회 때 첫 등장했던 광화문 앞 율곡로와 사직로 행진도 모두 허용됐다.
물론 법원은 교통 문제를 우려해 행진 시간을 오후 3시~5시30분으로 제한했고, 주최 측이 신고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행진은 청와대와 지근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3주 연속 집회 참가자들이 요구한 거리행진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한 셈이다.
법원의 이런 결정은 시민 100만명이 참가한 3차 집회가 평화롭게 마무리된 점이 가장 큰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갖는 중요성과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춘 점 등을 종합할 때 예상되는 교통 불편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다시 체면을 구겼다. 서울경찰청은 당초 4차 집회도 교통혼잡을 내세워 내자동로터리와 율곡로 남단까지만 행진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법원은 율곡로는 물론이고 시민들이 청와대에 좀더 가까이 가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게다가 이날 집회에서는 단 한 명의 입건자도 나오지 않아 경찰은 더욱 궁색한 처지가 됐다.
3차 집회 이후 김정훈 서울청장이 “적법하다면 법원 결정에 따라 12일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도 경찰이 입장을 뒤집은 것은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경모드로 돌아서면서 시위대에 보다 강한 대응 주문했다는 얘기다. 집회를 주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관계자는 “100만명이 행진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보고도 경찰은 정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계속해서 집회ㆍ시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이날 집회도 평화적으로 끝난 만큼 26일 5차 집회에서는 더 전향적인 법원의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주 발생했던 일부 폭력행위에 근거해 시민안전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행진 범위를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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