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ㆍ외국인 자금 이탈 불러
가계빚 부실ㆍ부동산 직격탄 우려
한은 “국고채 1조5000억원 매입”
기준금리 인상 고민 직면할 듯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최근 국내외 시중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앞서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에 금리인상발(發) ‘퍼펙트 스톰’이 벌써 현실화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시중금리 급등은 당장 취약한 경제 상황에 치명타가 될 뿐 아니라 향후 기준금리까지 끌어올려 설상가상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당국의 응급대응에도 불구, 폭풍 자체를 막을 수 있을 지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금리인상의 진원지는 세계경제의 중심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국제유가 반등, 미국 경기회복 등을 인플레 신호로 감지, 고개를 들기 시작한 미국의 채권금리(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는 트럼프 당선 직전(지난 8일) 연 1.85%에서 지난 18일 2.35%까지 오르며 급상승(국채 가격 급락)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기 전부터 향후 트럼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그에 따른 국채발행 증가(국채가격 하락)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시중금리 급등은 전세계에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장기간 마이너스에 머물던 독일, 일본의 국채금리는 어느새 플러스로 전환했고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덩달아 급상승세다. 이달 초반까지도 하락 흐름을 보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9일 1.402%로 바닥을 찍은 뒤, 18일 1,736%까지 수직 상승했다. 역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 조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시장의 변화다.
시중금리 상승은 금융당국의 ‘부채 관리’ 압박과 더해져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상속도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이후 조금씩 수위를 높이던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금리는 이달에도 0.10~0.26%포인트씩 더 올랐다.
선진국들의 금리 상승은 환율과 국내 외국인 투자흐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 강세에 원ㆍ달러 환율은 그 사이 달러당 48.2원이나 치솟았고 지난 2월부터 10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7,193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금리인상 폭풍들이 초대형 태풍으로 증폭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대출금리 인상 시 취약계층부터 부실 도미노를 부를 수 있다. 부실 가구의 주택 매물이 쏟아질 경우, 자칫 저금리에 기대고 서 있는 부동산시장까지 직격탄을 맞고 이자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다수 기업들 역시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금 이탈이 동반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외화유동성 여건마저 위태로워진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고채 1조5,000억원어치를 매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단 시중금리 급등세를 가라앉히려는 응급조치다. 하지만 국내외 금리 상승세가 대세로 굳어질 경우, 한은으로선 기준금리 인상을 마냥 미룰 수도 없어 고민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활성화와 물가대응 간 딜레마로 한은도 향후 최소 6개월은 기준금리를 움직이기 어려워 보이지만 그간의 저물가 기조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쯤엔 심각한 고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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