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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농단 주범으로 밝혀진 피의자 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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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농단 주범으로 밝혀진 피의자 박 대통령

입력
2016.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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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발표서 “최순실 범죄 전반 공모

靑은 사과는커녕 여전히 책임 회피

뇌물죄 적용 배제돼 봐주기 비판도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주범’임이 드러났다. 검찰은 20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이 최씨 일당의 범죄 혐의 전반에 상당한 공모 관계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공소장 범죄 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적시했고,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만 아니면 당장 구속될 만큼 중대한 실정법 위반이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권위와 정당성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의 혐의는 말이 공모지 실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강제 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등 비리 의혹 전반을 주도한 것이다. 검찰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먼저 두 재단 설립을 계획하고 최씨는 인사를, 안 전 수석은 모금을 맡도록 했다고 돼있다. 이런 사실은 ‘대통령 지시 사항’을 꼼꼼히 기록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서 확인됐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며 뜻을 설명하는가 하면 출범 직전 출연 목표액을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대통령이 친분이 돈독한 개인에게 공적 일을 맡기고 권력을 동원해 돈을 뜯은 파렴치한 범죄다.

청와대 문건 유출도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서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문서를 보내 확인 받으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최씨 집과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청와대 문건은 180건으로, 이 가운데 장ㆍ차관급 인선 자료 등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만도 수십 건에 달했다. 이것만 봐도 거의 모든 국정 현안을 최씨에게 의존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측근들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이 사건의 몸통임이 드러났는데도 청와대는 이날 국민에 사과하기는커녕 검찰 수사가 편향적 정치공세에 가깝다고 비난하느라 열을 올렸다. 국민 분노만 키울 반응이다. 이로 보아 이번 주로 예정된 대통령 조사에서도 부인과 회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으로서의 당당함이나 품격은 찾아볼 수 없다. 스스로 성역 없는 수사를 받겠다고 하고, 진솔한 사과와 함께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게 대통령으로서의 정상적 자세다.

검찰이 사실 관계 확인을 거쳐 박 대통령의 혐의를 밝혀낸 부분은 평가할 만하지만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냈다. 법리상 재판에서 다툼의 여지가 큰 직권남용보다 형량이 높은 뇌물죄는 탄핵과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관심이 컸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뇌물죄 적용을 하지 않음으로써 ‘봐주기 기소’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이 돈을 요구하는 과정에는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보는 게 상식에 가깝다. 개별기업마다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사면 등 현안이 수두룩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돈을 낸 것은 압박 외에 이런 현안의 해결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태 내내 검찰은 늑장수사를 하다 촛불민심이 타오르자 뒤늦게 본격적 수사에 나섰다. 대통령 조사도 부정적 입장을 보이다가 나중에야 직접 조사로 방향을 틀었고, 대통령의 버티기에는 강제 소환을 포기하고 말로만 압박했다. 뇌물죄 적용 배제도 결국 권력의 눈치를 본 검찰의 수사 전략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언론이 대부분의 의혹과 증거를 찾아내고 검찰은 수사와 기소의 손만 빌려준 셈이다. 그 조차도 제대로 못했으니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검찰은 뇌물죄에 대해 특검 시작 전까지 계속 수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은 불과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당장 조만간 이뤄질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에서 모든 의혹을 추궁해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수남 검찰’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검찰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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