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주식가치 28% ‘뚝’
“최순실 입김 작용” 의혹 재확산
“특정 시점 주가일 뿐” 반론도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주가 평가 손실액이 5,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의 주식가치는 지난 18일 종가(13만 8,500원) 기준 1조5,1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국민연금의 양사 지분가치 2조1,05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7.9%(5,865억원)나 줄어든 것이다. 국민연금은 두 회사가 합병하기 전 옛 삼성물산 지분 11.61%와 제일모직 지분 5.04%를 갖고 있었다. 현재는 합병 후 출범한 삼성물산 지분 5.78%만 보유하고 있다. 양사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책정되며 제일모직 지분보다 삼성물산 지분을 더 들고 있던 국민연금은 큰 평가손을 본 셈이다.
옛 삼성물산의 지분을 더 많이 갖고 있었던 삼성화재, 삼성SDI도 각각 13.1%(544억원)와 12.2%(1,741억원)의 평가 손실률을 기록했다. 양사 합병과정에서 삼성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던 KCC의 평가 손실률도 11.8%(3,15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합병 당시 제일모직 지분만 23.24% 들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가손실률이 7.8%(3,837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양사 합병 전 삼성물산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손실률도 각각 11.5%(1,882억원)로 다른 주요 주주들에 비해 낮다.
국민연금이 현재 기록하고 있는 평가 손실액을 만회하려면 합병 삼성물산 주가가 19만1,000원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합병일인 지난해 9월1일 이후 한 번도 17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한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500조원이 넘는 국민의 연금 재산을 재벌 경영권 승계와 정권 비선 실세의 사익을 위해 오용해 막대한 손실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정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익이나 손실률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경우 합병 직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합병 전 이러한 손실이 반영됐다면 합병 비율이 더 낮아졌을 것이란 게 업계 지적이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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