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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바람에 옮겨 붙는다”… 광장에 다시 모인 95만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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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바람에 옮겨 붙는다”… 광장에 다시 모인 95만 민심

입력
2016.11.2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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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과 주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과 주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민들 손에 쥐어진 촛불의 영롱한 빛은 꺼질 줄을 몰랐다. 되레 바람을 타고 전국 곳곳으로 옮겨 붙었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 전국 95만 민심(경찰추산 24만여명)은 또 다시 “박근혜 하야”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1,500여개 시민ㆍ사회단체가 모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촛불집회는 이날로 4차에 접어들었지만 오후 6시 본 행사인 문화제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지친 기색은커녕 서로 굳은 염원을 확인하며 힘을 얻은 표정이었다. 주부 김진유(47)씨는 “지난 주에 워낙 많은 인원이 광장에 모여 4차 집회는 규모가 크게 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정권 퇴진을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굳건하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겠다는 말을 뒤집은 박 대통령의 갈지자 행보에 크게 분개했다. 취업준비생 최중혁(26)씨는 “박 대통령이 서면조사를 강조한 것이나 외교 등 국정을 다시 챙기려 하는 등 도무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어느 수준으로 판단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집회에서는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의 합류로 ‘교복부대’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고교 3학년 손예진(18)양은 “수능 내내 가슴이 답답했는데 광화문광장에서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며 “인근 학교에서 시국 관련 대자보를 써서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 청소년의 힘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된 성난 함성에도 끄덕 않는 정권을 지켜 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 퇴진 방식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자영업자 김모(54)씨는 “대통령을 끌어 내리려면 이제 축제나 행사 형식의 촛불집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치권이든 시민단체든 국민이 원하는 퇴진 방향을 수렴해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건설업자 장호규(52)씨도 “비폭력 시위와 평화집회 기조는 유지해야 하지만 청와대로 행진 등 좀 더 적극적인 저항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집회 기조는 완전히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8시30분부터 종로, 신문로, 새문안로 등 7개 경로로 나눠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 6만5,000여명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청와대를 포위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경찰 저지선이 설치된 내자동로터리에 집결했다. 이 과정에서 6,000여명의 시민이 한 때 차벽을 앞에 두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지만 밤 늦게 대부분 자진 해산했다. 경복궁 근처 차벽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꽃무늬 스티커 수백개가 나붙기도 했다. 지난 주말과 달리 차벽을 기어오르거나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폭력행위도 거의 없어 입건자 역시 전무했다.

시민의식은 끝까지 빛났다. 대형 쓰레기봉투를 챙겨와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물론, 집회가 공식 종료된 오후 11시쯤부터는 나무나 화단 등에 붙은 정권 퇴진 스티커를 떼 인근 현수막으로 옮기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주부 정미선(44)씨는 “어린 자녀들과 같이 나왔는데 아이들이 먼저 나무에 붙은 스티커를 옮겨 붙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ㆍ경북을 비롯해 부산 대전 광주 제주 등 전국 60여 곳에서도 35만명(경찰추산 9만2,000여명)의 정권 퇴진 구호가 울려 퍼졌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오늘 집회는 서울과 지방으로 나뉘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지만 26일에는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여 일치된 분노를 청와대를 향해 쏟아낼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자리를 내려 놓을 때까지 분노의 행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이 당선 전 병원을 이용할 때 썼다는 '길라임' 가명을 활용한 풍자 푯말을 들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kilbo.com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이 당선 전 병원을 이용할 때 썼다는 '길라임' 가명을 활용한 풍자 푯말을 들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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