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ㆍ박근혜 배출한 대구 사람이 결자해지"
'내려와라 박근혜' 박근혜(대통령)퇴진 3차 대구시국대회가 19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주최측 주산 2만 명(경찰 추산 5,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주최측이 직접 준비한 양초 1만 개가 모두 나갔고, 일부 단체에서 따로 준비한 LED양초도 동이 난 점 등을 고려하면 1만5,000명은 족히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열린 2차 시국대회에서 4,000여 명이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1주일여 만에 4배나 불어나는 등 대구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방증했다.
이날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한 채 시국대회가 열린 대구 중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 사이 600m구간은 도로는 물론 인도까지 사람이 지나다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찼다. 학생 노동자 회사원은 물론 70~80대 어르신,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유치원, 초등생, 유모차를 타고 온 어린이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박근혜 퇴진ㆍ새누리 해체"를 외쳤다.
이들은 단상에 올라 자유발언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 등을 비판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고교생 신예지(17)양은 "공무원이 꿈인데, 지금 단상에 오른 일로 나중에 어떻게 될지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며 "모든 권력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중학생 박수민(13)양은 “나이가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남태우(대구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씨는 "지금 이 자리(중앙파출소 앞) 근처에는 박정희(전 대통령)가 다닌 대구사범학교와 박근혜 대통령이 태어난 생가가 있는 악의 기운이 집중된 곳"이라며 "대구 사람들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대통령)가 퇴진하면 어디로 오겠나. 영남대에 둥지를 틀 것 아닌가. 대구 사람들이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하는 대구청년회 김덕중(35) 대표는 산타복장차림으로 "올해 최고의 성탄선물은 박근혜 퇴진일 것"이라며 "그 마음을 담아 매년 하는 몰래산타 운동과 연결시켜보았다"고 말했다. 김봉진(62)씨는 "지난번 여고생 발언을 뉴스에서 듣고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며 "그간 박근혜 지지자로 활동했다는 부끄러운 마음에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저 미안할 뿐이다"고 비통해했다. 박동기(57)씨도 "대구에서 박사모 모임보다 박근혜탄핵모임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TK가 돌아섰다. 박근혜에게 커다란 의미가 될 것이다. 이제 그 의미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나왔다는 한 주부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외치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려니 난감하다"며 "아이가 당장 그 뜻을 모를지라도 오늘 이 집회가 영원히 기억될 것이고, 언젠가 그 의미를 달게 되는 날, 그 때는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어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들이 많아 당초 계획보다 1시간 가량 늦은 오후 7시쯤부터 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중앙파출소까지 행진했다. 교통통제로 도심 차량 통행이 체증을 빚었지만 별다른 충돌이나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대구=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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