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 입학 및 재학 당시 부당한 특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는 18일 이대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씨에 대한 입학 취소를 학교측에 요구했다. 또한 특혜를 준 관련 교수들에 대한 중징계와 함께 최씨 모녀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감사 결과, 그동안 언론 등이 제기한 의혹이 거의 사실로 드러났다. 이대 입학처장은 정씨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시점이 체육특기자 원서접수 마감 이후여서 평가 대상이 아닌데도 면접 위원들에게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강조했다. 이런 지시에 따라 위원들은 서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 고의로 낮은 점수를 주는 수법으로 정씨를 합격시켰다. 입학 이후에도 정씨는 모든 과목에서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인정받았다. 일부 과목은 담당 교수가 대신 과제물을 제출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대학에서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이른바 명문대학이라는 곳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130년 동안 쌓아온 학교의 명성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교육부는 감사에서 교수들이 정씨에게 왜 이런 특혜를 줬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특혜의 반대급부로 교수들이 연구비 과제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조사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입학처장 등 보직교수와 전공교수들이 아무런 압력 없이 이런 일을 했을 리는 없다. 총장 등 윗선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대 관계자 118명을 대면조사하고도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으니 ‘반쪽 감사’나 다름없다. 교육부는 올해 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를 이대에 배정해 최씨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대의 ‘학사 농단’이 교육부 등 외부의 지시와 압력에 의한 것은 아닌지 검찰 수사에서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의 정씨 출신 고교 감사에서도 특혜가 만연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한 청담고에서 정씨는 고3 수업일수 193일 중 17일만 출석했다. 그런데도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고 체육교과 우수상까지 받았다. 오죽하면 동급생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어 부당함을 호소했겠는가. 정씨의 특혜 인생은 수많은 젊은이에게 절망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독일로 도피해 있다. 검찰은 정씨에 대해 소환이나 귀국 종용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정씨에 대한 단죄와 함께 교육계의 비리를 뿌리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