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충신’ 안종범(57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47ㆍ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충성심에서 나온 결과물이 역으로 박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최순실(60)씨나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 구속 피의자 3명은 대통령에게 혐의가 돌아가지 않도록 일부 사실관계만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충신인 두 사람이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남긴 기록들은 대통령을 피의자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청와대 ‘왕수석’으로 불린 안종범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사실은 일부 인정하지만 혐의를 대통령에게 떠넘기진 않고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의 지인은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을 잘못 모신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꼼꼼히 기재했던 다이어리는 박 대통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이어리의 ‘대통령 지시사항’ 메모에는 ‘미르’ 재단의 이름과 그 의미, 재단 임원의 이름까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774억원을 모금과 관련된 첫 지시부터 중간상황을 보고 받은 뒤 추가 지시한 내용, 공공기관뿐 아니라 포스코, KT 등 민간기업 임원으로 특정인을 지정한 내용까지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2월 박 대통령이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기업 총수들과 만난 일정도 적혀 있다고 한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폰은 더 치명적이다. 대통령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대통령과 최씨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인데 거꾸로 대통령을 옭아맬 증거물이 돼버렸다. 검찰이 압수한 그의 휴대폰에는 박 대통령이 일부 청와대 내부문건과 관련해 ‘최 선생님에게 컨펌(confirmㆍ확인)한 것이냐’ ‘빨리 확인을 받으라’ 등의 취지의 문자메시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자료를 최순실씨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으라”는 전화를 받은 뒤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건을 보냈다”고 말한 녹음파일을 검찰이 확보했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최씨의 “국무회의를 하고 순방을 가는 게 낫겠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뒤 최씨가 말한 대로 국무회의 일정이 잡힌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 유무는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의 진술, 확보된 물적인 증거 등을 종합해서 증거법상 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거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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