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충남 천안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국내 처음으로 H5N6형 조류독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데 이어 전남 해남, 충북 음성의 닭·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도 같은 고병원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AI청정국 지위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가금류 등의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전남 해남 산란계 농가, 충북 음성 육용오리 농가에서 신고된 AI 의심축이 H5N6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농장에서 사육중인 산란계 4만수와 오리 2만2,000수는 매몰처리 됐으며, 방역 매뉴얼에 따라 예찰지역(반경 10㎞) 내 가금농가 이동제한, 소독 등 긴급방역 조치가 취해졌다.
앞서 H5N1, H5N8형 AI가 발생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H5N6형 AI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5N6형 AI는 주로 중국 베트남 라오스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했다. 2014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총 15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했다. 다만 H5N1형의 경우,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54명이 감염돼 450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유형(H7N9) 역시 감염자가 7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H5N6형의 인체감염 위험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AI의 인체감염 사례가 없었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인되면서 올해 초 우리나라가 어렵게 회복한 ‘AI청정국 지위’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AI청정국 지위는 가금농가 내에서의 AI확진 판정 결과가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보고되는 즉시 이뤄진다. 보고는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지위를 상실하는 건 한 순간이지만, AI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려면 ▦최종 살처분 후 3개월간 AI 추가 발생이 없고 ▦3개월 간 바이러스가 순환한 증거가 없으며 ▦위의 두 요건을 입증할 예찰 자료를 OIE에 제출해야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4년 6개월 만에, 고병원성 AI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지만 불과 한 달 만인 3월말 경기도 이천의 오리 농가에서 AI가 재발하면서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이후 3개월 간 AI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아 지난 8월 다시 AI 청정국이 됐지만, 3개월 만에 또 다시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앞서 AI 청정국 지위가 박탈됐을 때 닭과 계란, 오리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전면 보류됐던 전례가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바 있는 만큼 농가에서는 벌써부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으로 보이는 만큼 피해가 급격히 커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수출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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