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소유로 알려졌던 광고사 플레이그라운드
사실상 ‘최씨가 주인’ 밝혀져
대통령 순방사업 수주하며 부풀려 받은 수억원으로 조성
최순실(60ㆍ구속)씨가 차은택(47ㆍ구속)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던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이용해 정부 지원금 등을 해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의 해외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플레이그라운드가 정부 지원사업을 수주해 받은 공금 수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뒤 최씨 측에 건넨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이 회사 대표 김홍탁(55)씨 및 회사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가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이 최씨 측으로 흘러 들어갔고 “최씨가 사실상 이 회사의 소유주”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회사 및 최씨 주변 인물들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런 진술을 뒷받침하는 사실도 확인됐다. 플레이그라운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사업에 드는 비용을 부풀려 정부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낸 뒤 이를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신생 광고기획사인 플레이그라운드는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씨가 광고업계 이권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인 김씨를 대표로 내세워 만든, 사실상 차씨 소유의 회사로 알려졌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후 6개월여 만에 박 대통령의 멕시코ㆍ이란ㆍ아프리카 3개국 해외순방 문화사업을 수주했다. 올해 5~9월에만 현대ㆍ기아차, KT 등 대기업에서 120억원가량의 광고를 따내기도 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신생업체인데다 신용등급도 하위권인 플레이그라운드가 이처럼 광고 일감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건 최씨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ㆍ기아차에서 수주한 6건의 광고 중 5건이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다. 대기업 광고를 따내려면 응찰 자격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신생ㆍ영세업체가 광고를 따내는 건 사실상 어렵다. 이 회사 직원도 검찰 조사에서 “최씨가 직접 이 회사 일감을 물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실상 최씨 소유의 플레이그라운드가 해외에서 조성해 빼돌린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최씨를 상대로 대기업과 정부로부터 광고를 따내면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플레이그라운드 외에 최씨가 실소유하거나 관련이 있는 회사들에서도 돈을 빼돌렸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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