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개선 요구하며 근무 보이콧
전국 확산 기미… 당국은 손놔
중국 내 월마트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투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동운동의 확산을 꺼리면서도 민족주의 정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중국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노동운동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의 중국 남부지역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근무를 보이콧하거나 임금 지급 소송을 벌이는 등 광범위한 쟁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또 이미 전국적 투쟁으로 확산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월마트 중국 노동자들의 쟁의는 사측의 유연근무제 전면 확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추가근무 수당이 줄어들거나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 일방적으로 배치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사측은 계약서 서명을 강제하면서 밀어붙였다. 반발하는 노조원의 상당수가 해고됐고,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 노조원들은 화장실에서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1996년 월마트가 처음 중국에 진출할 당시 임금ㆍ복지 수준이 월등히 높았던 데 비해 지금은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수준의 처우여서 불만이 많았던 노동자들이 사측의 유연근무제 강행으로 폭발한 것이다.
특히 이번 월마트 노동자들의 쟁의는 다른 파업ㆍ시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경제성장의 둔화에 따라 중국 전역에선 파업과 시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부분 개별 공장ㆍ기업을 상대로 한 산발적인 것인데다 당국도 완강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쟁의는 관변노조를 배제한 채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자발적 쟁의이고 중국 전역의 400여개 월마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형태다. 특히 과거 공산당의 반제국주의 투쟁을 따른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함으로써 당국의 과도한 개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코넬대 노동학자인 엘리 프리드먼은 “월마트 투쟁은 중국 민간부문에서 독립된 노동자들이 일관되게 조직한 가장 실질적인 투쟁 사례”라고 평가했다. 노동계급 보호라는 공식적인 이념과 달리 중국 공산당이 산별ㆍ지역별 노조 결성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주의 정서에 호소하며 미국 회사를 상대로 벌이는 월마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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