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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드라마'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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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드라마'가 달라졌어요

입력
2016.11.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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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은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도 웰메이드 멜로드라마로 호평 받았다. KBS 제공
‘공항 가는 길’은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도 웰메이드 멜로드라마로 호평 받았다. KBS 제공

머리끄덩이 한번 쥐어뜯지 않는 불륜드라마라니. 간통죄 폐지의 영향인 걸까. 최근 드라마 속 불륜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 배우자를 둔 채 맺은 부적절한 애정 관계와 그로 인한 가정파탄, 귀책사유자의 파멸이라는 도식화된 이야기에서 벗어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종방한 KBS2 ‘공항 가는 길’과 한창 화제몰이 중인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모두 불륜을 소재로 삼지만 막장으로 치닫기 마련인 불륜드라마라고 매도하기 어려운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공항 가는 길’은 불륜을 미화한다는 초반의 우려를 극복하고 웰메이드 드라마로 인정받았다. 능력 있는 승무원이고 다정한 엄마지만 권위적인 남편에게서 소외감을 느끼는 최수아(김하늘)와 딸의 죽음에도 무심한 아내로 인해 상처받은 서도우(이상윤)는 각자의 배우자에게서 얻지 못한 위로와 공감을 주고 받으며 사랑에 빠져든다. 이 드라마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유지하려다 무시되곤 하는 개인 행복의 가치를 조심스럽게 조명하고 이를 섬세한 심리묘사로 설득해냈다.

일본에서 화제가 됐던 실화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본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남자 도현우(이선균)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며 가족이라는 유구한 사회 제도의 불합리를 드러낸다. 도현우는 온라인에 고민 상담을 남겨 네티즌의 조언을 구하는데, ‘악플’부터 ‘선플’까지 각양각색의 조언들은 다양한 시각차를 보여주는 동시에 도현우가 겪는 문제를 객관화한다. 한 네티즌이 남긴 ‘부인이 바람을 피는 이유는 뭐였을까요? 당신에게 잘못은 없는 걸까요?’라는 반문은 부부 관계와 가족 관계에 대한 성찰을 이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최근의 불륜 소재 드라마의 변화는 간통죄 폐지와도 맞물려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결혼 제도에 대한 인식이 이전 세대와는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가족보다 개인의 자아를 중시하는 경향들이 드라마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보는 시청자들은 이혼 위기에 내몰린 도현우를 안쓰러워하지만 마냥 편들지도 않는다. 시어머니에게 불륜 사실을 고백하고 도현우에게 이혼 서류를 내민 아내 정수연(송지효)에게도 마찬가지다. ‘공항 가는 길’의 최수아와 서도우는 부적절한 관계임에도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드라마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륜을 정당화하거나 일방적 비난을 쏟아 붓는 대신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사랑에는 자기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당위가 구시대적 가치가 됐다”며 “이 드라마들은 불륜을 타자와의 관계 측면에서 다루면서 공통적으로 자기애와 존중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 PD는 “간통죄가 폐지됐어도 불륜 소재를 다룰 땐 오해를 사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하게 된다”면서도 “이야기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시청자들을 설득하느냐가 소재에 대한 호불호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제작사 PD인 도현우(이선균)은 아내(송지효)의 외도를 의심하고 남몰래 뒤를 캐다가 결국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는 좌절한다. JTBC 제공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제작사 PD인 도현우(이선균)은 아내(송지효)의 외도를 의심하고 남몰래 뒤를 캐다가 결국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는 좌절한다.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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