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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진, 원전과 세월호

입력
2016.11.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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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에는 경주로 놀러 오세요.”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 새누리당 경북도당이 현수막을 걸었다. 지난 9월, 5.8 규모 지진이 발생한 이후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내세운 자구책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경주에 가지 않는 것은 지진 때문만이 아니다. 경주에는 월성 1~4호기, 신월성 1, 2호기 등 원전 6기와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있다. 사람들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원전사고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반도 땅이 흔들리고 있다. 수원, 제주, 광주, 경남 함안 등 곳곳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13일 충남 보령에서도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고, 경주 여진은 520회를 돌파했다. 수능시험을 보러 가면서 지진이 날까 걱정하는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장 큰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영남지역에 원전이 밀집해있다.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원전 확대에 집착해왔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증설을 목표로 수립되었으며,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신고리 5, 6호기 추가 건설 등 한반도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에 지속해서 원전건설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이 일대 지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양산단층대를 활성단층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원자력계의 반대로 보고서를 발간하지 못했다. 이처럼 정부는 원전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뿐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가능성을 경고했던 일본 언론인 히로세 다카시(廣瀬隆)는 경주지진은 내륙형 직하형이라 원전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는 강했지만 130㎞ 떨어진 태평양에서 일어난 것이었고, 경주지진은 진원이 바로 경주의 땅 밑이라는 것이다. 원전이 직하지진을 맞으면 내진설계와 상관없이 붕괴한다고 말한다. 동일본 대지진이 지구 전체 지각을 비틀어놓은 상황이다. 실제로 이 일대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미래에 발생할 지진에 대해 누구도 단언할 수 없기에 원전을 멈추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안이다.

새누리당은 경주에 놀러 오라고 현수막을 붙여야 했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경주에서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멈추고 지진과 원전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여 진짜 안전을 확보해야 했을까. 히로세 씨는 경주지진을 ‘하늘이 주는 경고’라고 했다. 더 늦기 전에 위험을 파악하고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동남부 일대의 모든 원전을 멈추고, 양산단층, 울산단층 등 국내지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더불어 장기적으로 탈핵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결같았다.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행방불명이었고, 청와대는 국정원 문건에서 드러났듯이 수습대책, 원인 규명, 유족위로가 아니라 보수세력을 동원해 대통령 책임이 아니라는 여론전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그런 대통령과 함께 세월호 유족을 표독스러운 말로 공격하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여당은 사고 대비는커녕 사고 책임회피에 급급한 집단이다. 새누리스러운 방식으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

경고가 왔을 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월호도 후쿠시마 사고도, 수차례 경고가 있었지만 그 경고를 무시해왔고, 결국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에 보여준 태도와 원전확대에 집착하며 지진 이후에도 국민안전은 뒷전인 모습은 변한 것이 없다. 대통령은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개인의 ‘이권’을 위해 권력을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자해지. 책임자가 결단해야 한다. 대통령은 부패와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우리는 하루빨리 시민의 정치를 복원해 안전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진과 원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동굴 속 카나리아는 울면서 다가올 위험을 경고 있다.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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