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미국에 살던 영국인은 하루에도 수 없이 ‘I like your accent’라는 칭찬을 들었다고 한다. 말투의 위력이 아닐 수 없다. 요즘에도 가끔 호주나 영국인의 억양을 들으면 미국인들은 색다른 억양에 호감을 표시해 준다. 이런 경우엔 센스 있게 ‘I rather like yours’라고 응수하거나 ‘My parents had the same accent’라고 대꾸하면 좋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출신지를 살짝 언급해주면서 ‘Thanks. Actually this is a Midlands accent’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억양에 대해 미국인들이 느끼는 정서는 다양하다. Georgia주 Atlanta 출신인 코미디언 Jeff Foxworthy는 ‘사람들이 내 남부 억양을 들으면 내 IQ에서 100을 빼려고 한다’(I used to say that whenever people heard my Southern accent, they always wanted to deduct 100 IQ points)고 말했다. 남부 억양이 다소 멍청한 느낌을 준다는 세간의 인식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런가 하면 80세의 과학자 Jared Diamond는 ‘나의 억양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I personally am not conscious of my accent)고 했는데, 출생지 Boston의 억양이 타지역 사람에게는 유별나게 들리는 것에 대한 발음의 호불호 얘기를 한 것이다. New York 출신의 라디오 진행자 Lynn Samuels도 ‘I have a terrible accent’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자신보다는 남들이 느끼는 accent의 호감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법(discourse)에서 곧잘 인용되는 한 마디는 ‘It’s not what you say, it’s how you say it.’(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이다. 다른 말로 ‘Communication is about content and delivery’와 같은 뜻이고 화법과 억양이 소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맨 먼저 느끼는 것이 그 사람의 억양이고 대화 현장에서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도 억양이다. 사실 발음 문제는 상대적인 문제다. 미국에서 중서부 억양이 표준으로 통하지만 Michigan주로 가면 거기 사람들은 자기네 발음이 방송 발음과 같고 중립적이고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중서부 발음을 두고 ‘Land without an accent’라고 부르는 것도 ‘사투리 억양이 없는 땅’이라는 의미보다는 여타 지역의 유별난 발음이 아닌 ‘중립 발음’이라는 말이다. 미국에서 ‘표준 발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상통한다. 미국에서 ‘Standard American’이나 ‘Official American’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소위 ‘표준 발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7,000개 언어 중에서 유독 영어만 놓고 억양이나 표준 얘기를 하는 것은 전 세계가 급속히 ‘글로벌화’ 되면서 ‘기왕이면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발음’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진 까닭이다. 흔히 ‘International English’라고 말하면 다양한 영어 버전을 의미하지만 Global English라고 말하면 ‘하나의 영어’ ‘하나의 발음’을 연상하게 된다.
따라서 Global English Accent라고 한다면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억양을 지칭하는데 이는 곧 영국 미국 호주 등의 특정 발음이 아니라 누가 들어도 듣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중립 발음’을 말한다. 호감도 조사에서 가끔 캐리비언의 Trinidadian이나 남아공의 영어 억양이 좋다는 결과가 나오는 이유도 정교한 발음보다는 누가 들어도 청취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Good accent는 없을지 몰라도 Easy Accent는 있다는 말처럼 ‘듣기 편하고 하기 쉬운 발음’이 호감 가는 발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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