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수들과 부딪치고 팀 조직력을 맞출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최상의 결과를 냈다. 지난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막을 내린 2016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주장을 맡아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의 우승을 이끈 조민호(29ㆍ안양 한라)는 열흘 가량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머리 속에 우승 기억이 생생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은 유럽의 ‘얼음 강국’들을 잇달아 제압하고 내년 4월 세계선수권대회 전망을 밝혔다.
조민호는 16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된 본보와 인터뷰에서 “훈련 시간이 부족하고 시차 때문에 힘들었는데 경기를 하면서 적응했다”며 “그 동안 우리가 이겨보지 못한 오스트리아를 꺾은 뒤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왔고, 헝가리와 결승전에서도 기세를 이어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지난 대회를 돌이켜봤다.
총 6개국이 참가한 친선 대회였지만 세계 랭킹 23위 대표팀은 조별 예선 2차전에서 역대 전적 4전 전패를 당했던 오스트리아(17위)를 6-4로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B조 1위로 결승에 올라가서는 1승1무11패로 절대 열세를 보였던 헝가리(19위)마저 3-2로 따돌렸다. 조민호는 가장 중요했던 이 두 경기에서 3골을 몰아쳤다.
백지선 감독의 동기부여 “한계를 시험해봐라”
유로챌린지를 앞둔 대표팀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경기 고양에서 세 차례 훈련을 한 것이 전부다. 대회 장소 헝가리에 도착한 뒤에는 하루 휴식을 취하고 바로 예선 첫 경기에서 이탈리아(18위)에 2-3으로 졌다.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로 뛰었는데도 상대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가능성을 보였고, 결국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조민호는 “태극마크를 달면 마음가짐이나 집중력이 향상되는 게 있다”며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백지선(49) 감독님이 만들어준 틀 안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조직력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전에서 2골을 넣었고, 헝가리전에서는 1-1로 맞선 상황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득점 상황에 대해 “사실 골을 넣는 선수라기보다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인데 운이 좋았다”며 “3골 중 2골은 동료가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줘 넣은 골이고, 다른 골은 리바운드에 이은 슈팅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민호가 자신 있게 빙판을 누빌 수 있었던 데는 백 감독의 동기부여도 컸다. 조민호는 “첫 경기를 지고 나서 우승 확률은 없다고 봤는데 오스트리아를 이긴 다음 자신감이 생겼고, 감독님도 ‘너희들의 한계를 시험해봐라’는 말로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밝혔다.
유럽세 밀리지 않아… 평창에서는 우리가 주인공
최근 대표팀은 괄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에서 일본을 34년 만에 제압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잡았다. 조민호는 “우리 실력이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지니까 솔직히 자신감도 떨어졌다”면서 “그러나 올해 강 팀들을 잇달아 꺾은 뒤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표팀의 상승세를 이어가 내년 2월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과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 세계선수권에서 각각 금메달과, 월드챔피언십(톱디비전) 승격을 목표로 내걸었다.
조민호는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몸은 힘들지만 2018 평창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 4학년 때 자신보다 7세 많은 사촌 형이 아이스하키를 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에 스틱을 잡은 조민호는 “항상 자기 전에 올림픽에서 뛰는 모습을 떠올린다”며 “세계 최고의 팀이 총 출동하는 올림픽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하는데 개최국 자격으로 나가게 됐다. 우리가 준비했던 대로 실력을 보여주고 감동을 선사해 아이스하키 저변 확대와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여자 아이스하키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2’를 감정이입 해서 잘 봤다”며 “우리도 다음 시리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활짝 웃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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