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의 첫 정규 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발라드’(도이치 그라모폰)가 25일 발매된다. 쇼팽 콩쿠르 실황 앨범은 여러 차례 발매된 바 있지만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정규 앨범 발매는 처음이다.
조성진은 13일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지금까지 협주곡 1번만 50번 넘게 연주한 것 같지만 제 생애 첫 스튜디오 녹음이라 긴장했다”며 “콘서트는 콘서트대로 녹음은 녹음대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이번 앨범은 애초 정명훈 서울시향 전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으려 했으나 개인사정으로 지아난드레아 노세다 런던 심포니 수석 객원이 지휘봉을 잡았다. 협주곡은 지난 6월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발라드 전곡은 지난 9월 독일 함부르크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할레에서 녹음했다.
조성진은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비틀스 같은 유명 악단, 카라얀이 녹음을 했던 공간인데 유명 음악가들 (사진이)붙은 걸 보고 정말 설레고 신기했다”며 “프리드리히 헤베르트 할레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슈베르트 즉흥곡을 녹음한 장소라서 저한테는 더욱더 의미 깊은 장소였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연주한 ‘쇼팽 4개의 발라드’ 앨범을 듣고 이 곡에 빠졌다”는 그는 “짐머만의 앨범은 저한테 뜻 깊은 음반임에 동시에 큰 산 같이 느껴졌다”며 “드디어 이 곡을 녹음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년 10월 18일 쇼팽 콩쿠르 결선을 제가 첫 번째로 연주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짐머만에게서 이메일이 와있었어요. ‘너의 연주가 좋았다. 축하한다’고요. 그때를 생각해도 아직도 너무 좋아요. 우승 뒤에도 이메일을 주셨고 한 달 뒤에 일본에서 리사이틀에 (짐머만이 직접) 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긴장하면서 리사이틀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끝나고 저녁식사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우승 후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유명세는 아직도 잘 못 느끼지만 더 많은 연주 무대가 생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콩쿠르 우승 직후에는 매니지먼트사나 음반사 결정하느라 좀 힘들었어요. 음반사에서 계약서를 받았는데 계약서가 거의 30쪽에 달했거든요. 전문 용어도 많고 협상을 안 해봐서 변호사에 도움을 받았는데, 제 인생에 변호사를 만날 줄 몰랐죠.”
“콩쿠르 우승 후 쇼팽 협주곡만 50번은 쳤다”는 조성진은 내년 쇼팽 곡의 연주를 조금 줄일 계획이다. 올해 해외 연주회에서 간간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베토벤 협주곡 등을 보다 많이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미국 카네기홀 연주가 꿈이었는데 올해 메인홀에 초청받게 됐다. 저도 사람이고 목표를 이루니까 또 욕심이 생기더라”며 “연주자라면 한번쯤 꿈꾸는 베를린 필, 빈 필과도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협연을 하는 게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첫 국내 독주회도 갖는다. 1월 3,4일 잠실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알반베르크 소나타, 슈베르트 소나타, 쇼팽 전주곡을 연주한다. 내년 2월 카네기홀 데뷔 프로그램과 동일하다. 5월에는 통영에서도 독주회를 연다. 조성진은 “2017년 국내 독주회는 그게 전부일 가능성이 높다”며 “2018년에는 전국 순회 공연을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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