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용선료(선박 사용료)를 내지 못해 해외 선주들로부터 3개월 만에 5,000만 달러가 넘는 소송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채권자들에 돌아갈 몫은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시스팬 등 해외 선주 7곳으로부터 총 24건(소송가액 5,437만2,000달러ㆍ약 636억원)의 용선료 지급 청구 소송을 당했다. 소송 대부분은 현재 영국 런던해사중재협회에서 중재가 진행 중이다. 3분기 공시에 반영되지 않은 10월1일 이후부터는 이보다 큰 규모로 추가 소송이 제기됐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선주나 항만의 소송이 늘어날수록 국내 채권자들이 한진해운에서 가져갈 수 있는 ‘파이’는 더 작아진다. 특히 금융기관들보다는 회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들이 받을 타격이 더 크다. 현재 국내 국책ㆍ시중은행들은 한진해운에 약 1조200억원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충당금 적립을 마친데다, 일부는 담보가 뒷받침돼 있어 청산 때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1조2,0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회사채를 보유한 기관과 개인들은 무담보 채권자여서 같은 처지인 해외 선주들의 소송이 늘어날수록 회수 가능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한진해운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법정관리 개시 후에도 배를 띄워 화물을 실어 날랐는데, 이 때 발행한 용선료는 법정관리 이전에 발생한 채권보다 우선 변제를 받는 ‘공익채권’으로 인정된다. 한진해운 자산 가운데 공익채권과 담보채권 등을 빼면 남는 돈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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