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공무원, 업무추진비로
시장 관용차량 과태료ㆍ범칙금
운전사 대신 납부한 사실 드러나
道는 감경사유 인정해 경징계
市는 “원칙대로 중징계를” 요구
빡빡한 일정에 쫓기는 단체장을 위해 관용차량을 몰다 과속을 했다면. 과태료나 범칙금은 운전직 공무원이 내야 할까? 교통법규를 위반할 수밖에 없는 사정으로 내몬 단체장이 부담해야 할까? 정답은 원칙적으론 운전자의 몫이다.
하지만 단체장의 업무수행을 뒷받침하다 발생한 과태료를 ‘쥐꼬리 월급’의 말단 공무원에게 일방적으로 뒤집어 씌우기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경기 화성시 한 간부 공무원이 부하직원의 이런 사정을 알고 다른 용도의 공금으로 관용차 과태료 등을 냈다가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1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道)인사위원회는 지난달 징계위원회를 열어 화성시가 중징계를 요구한 A(5급)씨에게 ‘감봉2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13년 회계과에 근무하면서 시장의 업무추진비 가운데 현업부서 격려금 일부(280여 만원)를 빼돌린 게 지난 6월 행정자치부 감사에서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지난 9월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며 그를 직위해제하고 경기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도 인사위는 감경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빼돌린 공금을 모두 개인적으로 쓴 것이 아니라 채인석 화성시장 관용차량 과태료(80여 만원) 등을 내는 데 사용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시는 현재 도 인사위 결정에 불복,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화성시 관계자는 “격려금을 가로채 세출예산에 없는 용도로 집행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재심 요구는 시장이 최종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처지가 알려지자 시청 안팎에서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잘못은 했지만, 전액 착복한 것도 아니고 관용차량 과태료 처리를 고심하다 그런 것인데 시장이 중징계를 고집하는 것은 지나치게 매몰찬 것 아니냐”는 것이다.
채 시장 측은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라고 반박했다. A씨는 “정확한 횟수는 기억나지 않으나 과태료를 낸 것은 사실”이라며 “모든 것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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