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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엘시티 역공' 시도…국민 분노는 무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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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엘시티 역공' 시도…국민 분노는 무시하나

입력
2016.1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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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리조트 인허가 비리 의혹

야권 거물 연루 정황 겨냥한 듯

“수사력 총동원…연루자 엄벌” 지시

“반전카드로 정국 전환 노림수” 분석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2차 대국민사과인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과한 지 12일 만에 박 대통령은 자신의 검찰 조사도 미루고 '엘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해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2차 대국민사과인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과한 지 12일 만에 박 대통령은 자신의 검찰 조사도 미루고 '엘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해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야도, 퇴진도 없다’며 버티던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반격을 시작한 모양새다. 이영복(66ㆍ구속) 청안건설 회장의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 LCT)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의혹이 ‘반전 카드’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이 사건에 야권 인사가 연관이 있다며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시나리오다.

16일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오늘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자신의 변호인으로 오랜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시간을 번 박 대통령이 이날은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검찰 조사엔 응하지 않고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그간 중단했던 국정 업무도 재개했다. 이날 외교부 2차관을 임명해 인사권을 행사했고, 다음주엔 국무회의 주재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선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이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대다수 국민 여론은 헌정중단을 막고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친박 지도부를 향한 퇴진론을 반박했다. 최 의원이 ‘최순실 게이트’ 이후 공식 회의에서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엔 이정현 대표가 5%까지 추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앞으로 대통령 노력에 따라 회복될 수 있다”며 정국 반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권 관계자는 “어제 오늘 양일 간 청와대와 친박계의 태도를 보면 정보를 공유하고 대대적인 역공에 나선 것 같다”며 “당장 언론의 관심부터 엘시티 비리 의혹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의 선임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유 변호사는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후보 경선 때 상대인 이명박 캠프의 의혹 제기에 방패역할을 했다. 당시부터 유 변호사가 최순실씨의 존재와 역할을 알고 있었으리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유 변호사는 최씨가 입김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마사회 고문변호사도 지냈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법률가라기보다 정치인인 유 변호사를 선임한 걸 보면 법률적인 대응이 아닌 정치적인 방어 역할을 맡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고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에 대한 의혹들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수사는 검찰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민심을 무시한 데 이어 ‘갈 데까지 가보자’는 박 대통령의 적반하장 식 대응에 정치 원로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이 자꾸만 국민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100만 촛불이 순한 군중이라고 깔보고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나라를 얼마나 더 혼란스럽게 끌고 가려고 말도 안 되는 오기와 아집의 태도를 보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은 당장 퇴진하라는 거대한 촛불 앞에서 어떻게든 현재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시간을 끌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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