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이번 주 중 조사” 압박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미루며 버티는 법적 근거는 박 대통령이 현재 ‘참고인’ 신분이라는 이유다. 대통령의 신분이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피의자’라면 강제소환이 가능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 관계자는 16일 “(대통령을) 18일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에 필요할 때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체포할 수 있다. 하지만 참고인은 강제구인할 근거 규정이 없어 출석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전날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 신분은 참고인이고, 관행에 비춰볼 때 참고인과 조사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대통령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면 강제 소환할 법적 근거는 마련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사실만으로도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짙어 사실상 피의자나 다름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15일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는 불가피하다”고 언급한 것이나, 수사본부 관계자가 16일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한 것도 사실상 대통령을 피의자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검찰이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는 것은 아직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온갖 비난과 지탄을 한몸에 받는 입장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국민이 선거로 뽑은 헌법 기관이고,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는 행정부 수반”이라며 “검사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말로는 엄정한 수사를 외친다 해도 행정부 수반을 여느 피의자처럼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법리적으로는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상 내란ㆍ외환의 죄 외에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있지만 조사는 가능하고, 피의자 신분 전환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법 전공 교수는 “헌법의 불소추특권에 대해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조차 불가능하다고 봤던 해석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사는 가능하되 처벌은 안 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피의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 일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버티기에 나서는 것도 참고인이라는 표면적 신분으로 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혐의로 대통령을 피의자로 신분 전환해 형사 입건한 뒤 시한부 기소중지를 하자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며 “검찰의 조사를 받겠다는 대국민약속까지 해 놓고 이제 와서 참고인이라는 신분을 방패막이 삼고 있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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