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형교회인 순복음강남교회가 목회자의 ‘가짜 학위 의혹’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발단은 교회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교인들이 하나둘 교회를 떠나자 교회 측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던 교인을 출교시킨 것이었다. 그러자 해당 교인이 목사를 경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순복음강남교회 전 교인 A씨는 최근 B목사를 가짜 미국 박사학위를 앞세워 학력을 위조한 혐의(경범죄처벌법상 학위 사칭)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B목사는 올해 초 목회학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이를 교회 신문에 게재했다. 미국 N대학과 일본신학교가 수여하는 공동학위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의 한 신학대 교수가 미국 대학에 이메일을 보내 확인한 결과, 이 대학에는 해당 과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발인 측은 “B목사가 신임을 잃어 교회가 쇠락하고 자신의 퇴임을 요구할 기미가 보이자 거짓 학위로 성도들을 기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B목사가 ▦선교 명목으로 잦은 해외 출장을 나가 경비를 과다 지출하고 ▦성도들이 거마비를 챙겨주는 심방(일종의 성도 가정방문) 일정을 매주 강행하는 등 도의적 문제를 다수 일으켰다며 “자질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한 교회 관계자는 “B목사 부임 전에는 1만 여명이 출석하는 왕성한 교회였으나, 현재는 1,500여명 정도 출석하는 등 많은 이들이 환멸을 느끼고 떠나자, 보다 못한 이들이 학위 문제로 경찰고발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장로, 권사 등은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모임을 꾸려 6월경 순복음교단 총회장인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에게 B목사를 조사해달라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교회 측은 올해 9월 고발인 A씨에 대한 출교 조치를 의결한 상태다.
이에 대해 B목사 측은 “모두 황당한 소설”이라는 반응이다. B목사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몇 해 전 일본 나고야 소재 신학교에서 다른 목사님들과 함께 공부를 했고 올해 정당한 방법으로 학위를 취득했다는 증빙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회 공금 지출은 내부 감사와 재정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모두 합법적으로 했으며 교인 감소 문제도 한국 교회 전반의 추세로 축소세도 과장됐다”며 “목사로 차마 교인을 사회법에 맡길 수 없어 자제하고 있을 뿐 모두 저에 대한 명예훼손, 무고에 해당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순복음강남교회는 1983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제2성전으로 문을 열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신도 2만 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2010년에는 순복음강남교회로 명칭을 변경해 독립교회로 분리됐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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