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추위원 선정ㆍ보수적 헌재 등
불확실성 큰 데다 부결 땐 역풍
학계도 “아직은…” 말리는 분위기
박근혜 대통령이 100만 촛불 민심을 무시한 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지만 야권은 여전히 탄핵 카드를 아끼고 있다. 박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는 한, 촛불 민심에 합당한 해결책은 탄핵이지만 불확실성과 역풍 우려로 아직은 위험한 패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 및 특검의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마지막에 뽑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탄핵 성사의 불확실성은 현행법상 탄핵소추위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현 법사위원장은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16일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별도 특검법안의 법사위 통과도 반대한 대표적인 강경파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동조로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이날 권 위원장의 정국 인식을 봤을 때 탄핵 절차 자체가 거부될 공산이 크다. 탄핵안이 본회의가 상정되더라도 비박계 의원들이 실제 투표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는 한, 여당 의원 자격으로 탄핵 찬성에 표를 던지는 것은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해도, 보수적 성향의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을 최종 결정할지도 미지수다. 현 재판관 9명 중 공안 검사 출신의 박한철 헌재 소장과 안창호 재판관, 박 대통령이 추천한 조용호ㆍ서기석 재판관,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진성ㆍ김창종 재판관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학계에서도 야권의 탄핵 절차 진행을 말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박근혜 대통령, 국민법정에 세우다’ 긴급토론회에서 “지금 당장 헌재가 판단한다면 (국민 정서상) 탄핵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6개월 후는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며 “정치적 탄핵 압박은 계속하고 탄핵은 특검 수사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도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이 이뤄지면 그 때가서 대통령의 거취를 신속하게 결정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탄핵 실패 시의 역풍 우려도 상당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청와대는 오히려 탄핵 정국을 바랄 지도 모른다”며 “박 대통령이 지금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처럼 시간을 끄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회 ‘국정농단 국조특위’ 구성
한편 국회는 이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위원장은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선임됐으며, 여당 몫인 9명 위원은 이완영(간사)ㆍ이혜훈ㆍ황영철ㆍ이만희ㆍ장제원ㆍ정유섭ㆍ추경호ㆍ하태경 의원이다. 민주당에서는 박범계(간사)ㆍ박영선ㆍ안민석ㆍ도종환ㆍ김한정ㆍ손혜원 의원 등 6명이, 국민의당에서는 김경진(간사)ㆍ이용주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9명이 위원으로 뽑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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