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1.17
라모 톤둡은 1935년 7월 6일 티베트 동북부 암도라는 지방 한 농가에서 태어나, 3살 무렵 13대 달라이 라마(법명 툽텐 가쵸, 1895~1933)의 환생으로 인정받았다. 부모 품을 떠나 성지 포탈라 궁으로 이주한 그는 텐진 가쵸라는 법명을 받고 라마(스승)들의 지도 하에 종교 지도자로서의 교양과 학식을 쌓았다. 그리고 1950년 11월 17일, 최고위 성직이자 세속의 권좌인 14대 달라이 라마에 즉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티베트을 점령한 해였다.
불교의 이상은 수련을 통한 해탈, 즉 윤회를 벗어나 극락왕생하는 것이라 한다. 지선의경지가 성불, 곧 부처가 되는 것이다. 성불을 마다하고 거듭 환생함으로써 현세를 ‘자비(慈悲ㆍ 깊이 사랑하고 가엽게 여김)하는’ 숙명의 달라이 라마는 그러니까, 불교의 이상 안에서 보자면, 스스로를 희생한 존재인 셈이다.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는 중국이 반란 진압을 명목으로 사원을 파괴하고 티베트 인들을 학살한 1959년 인도로 망명, 이후 근 60년간 망명 정부를 이끌며 티베트인들의 희망이자 구원의 상징으로 재임해왔다.
티베트 불교의 법통은 달라이 라마가 환생해 집권하기까지의 권력 이양기를 서열 2위인 판첸 라마가 섭정하는 체제로 이어진다. 판첸 라마 역시 환생하며, 서로가 환생의 주인공을 확정하는 권한을 지닌다. 1995년 5월 텐진 가쵸가 6살 겐둔 초에키 니마(Gendhun Choekyi Nyima)를 11대 판첸 라마로 인정하자, 중국 정부는 니마를 비밀리에 연금하고 다른 판첸 라마를 옹립했다. ‘최연소 정치범’으로 국제 인권단체가 인정한 니마의 생존 사실이 확인된 건 2015년이었다.
2014년 텐진 가쵸는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환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기 대에서 법통을 끊는 것이, 비록 티베트 불교로서도 전대미문의 시련일 테지만, 중국이 가짜 판첸 라마와 ‘꼭두각시’ 달라이 라마를 통해 티베트 인들의 정신까지 지배하는 것보다는 나은 길이라 판단한 거였다. 그의 선언은 티베트인뿐 아니라 중국 당국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그의 세수는 81세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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