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중동정책 불안감 가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 직후 시리아 공습을 재개해 트럼프의 불확실한 중동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푸틴의 시리아 공습을 규탄하며 러시아를 견제해왔던 반면 트럼프는 취임 이후 푸틴에 우호적 행보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시리아 정책과 관련해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트럼프와 통화한지 불과 몇 시간 뒤 지중해에 배치된 러시아 항공모함을 동원해 시리아 동부 알레포와 서부의 이들리브, 홈스 지역을 공습했다. 러시아군이 알레포를 폭격한 건 미국과 러시아가 휴전을 체결한 10월18일 이후 처음이다. 시리아 서부 지역도 몇 주 만에 공습이 재개됐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시리아 서부지역을 공격했다”고 밝혔지만 반군 거점인 알레포 공습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알레포의 반군 지도자는 “러시아군의 공습이 지금까지 30차례 이어졌다”며 “3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날 시리아 공습을 전격 재개한 데는 푸틴에 대한 트럼프의 우호적 행보가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 궁은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와 관련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테러에 함께 맞서 싸우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전쟁범죄”라고 규탄해온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의 공습 중단과 함께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해왔던 반면 트럼프는 시리아 내전 해법으로 IS 격퇴가 우선이라는 러시아의 입장에 지지를 표해왔다. 푸틴이 트럼프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러시아의 시리아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우호적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견제에서 벗어나 다시금 행동에 나서게 됐다는 관측이다.
FT는 “트럼프가 IS 격퇴에 더욱 관심이 있다고 밝힌 것이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빌미를 줬을 수 있다”며 “러시아가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틈타 반군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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