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애받는 맏사위 쿠슈너
크리스티 주지사 세력 거세 나서
“스탈린식 숙청” 평가까지 나와
대선 공신 간 물밑 자리다툼 치열
핵심 측근-공화 주류 마찰 재점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진영의 내부 권력다툼이 점입가경이다. 트럼프의 총애를 받는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개인적 원한(怨恨)이 많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제압하면서, 트럼프 당선인 진영에서 꽤 큰 세력을 형성했던 ‘크리스티 인맥’이 단숨에 몰락했다. 또 대선 공신 간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15일 워싱턴포스트와 CNN에 따르면 지난주 크리스티 지사가 정권인수위원장에서 부위원장으로 전격 강등된 이후, 크리스티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사에 대한 내부 정리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크리스티 지사의 측근인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이 하차한 게 대표적이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낸 로저스 전 의원은 “트럼프 정부에 조언과 자문을 지속해서 제공하길 고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물러났다.
인수위에서 국가안보팀을 이끌어 온 로저스 전 의원의 인수위 하차는 사실상 ‘크리스티 인맥’의 제거라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로저스 전 의원과 가까운 소식통은 NBC 방송에 “그는 이른바 ‘스탈린식 숙청’의 희생자”라고 단언했다. 또 한때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까지 거론됐으나, 이제는 완전히 탈락했다고 전했다.
경선 초기부터 지지선언을 해 트럼프의 최측근 참모로 분류됐던 크리스티의 몰락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티가 인수위를 자기 사람들로만 채우려다 트럼프 눈 밖에 났다는 주장도 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사위를 배출한 쿠슈너 가문과의 악연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05년 크리스티가 뉴저지 주 법무장관 시절 쿠슈너의 아버지 찰스 쿠슈너를 탈세와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해 2년간 실형을 살게 한 것에 원한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 주변에서는 법무장관 물망에 올랐던 크리스티의 입각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선인의 핵심 측근들과 주류 공화당원들 간의 마찰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언은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 인수위팀과 얘기해 본 결과 지난주의 내 권고를 바꾸기로 했다”면서 “가까이하지 마라. 그들은 교만하다”고 비판했다. 대선 때 ‘반 트럼프’진영에 섰던 코언은 앞서 지난주 전직 공화당 관료들에게 트럼프 정부에 합류해 봉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대선 공신 간 자리다툼도 치열하다. 국무장관 후보로 급부상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함께 후보 물망에 오른 존 볼턴 전 유엔대사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선택이지만, 내가 더 적임자”라는 취지로 대답했다. 대선 경쟁자에서 트럼프의 최고 지지자로 변신한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도 한 인터뷰에서 “내각 밖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인사 관련 제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고 밝혀, 비합류 결정이 원하던 자리를 얻지 못하게 된 것과 관련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원래 전문가 집단이 부족했던 트럼프 캠프에서 내부 투쟁으로 상당수가 쫓겨나면서, 워싱턴 주변에서는 4,000여개에 달하는 정무직을 채우기 위해 트럼프 정권에 협조를 선언하면 민주당 인물이라도 기용하는 등 인적자원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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